지난 4월 말에 삿포로 항공권을 샀다
여행을 일주일을 앞두고 지진이 일어났다
살아오면서 자연재해(태풍, 장마, 폭설, 지진 등)로 인해 여행이 취소되는 일은 없었다. 삿포로 여행 일주일을 앞두고, 지금까지 없었던 그 일이 일어났다. 홋카이도에 지진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나. 어쩔 수 없이 취소하고 다른 곳으로 여행지를 변경했다.
그렇게 선택한 곳, '오키나와'다.
항공권이 저렴해서, 오키나와
삿포로 항공권이 50만 원대였던 것에 반해 오키나와는 35만 원 정도로 도쿄나 나가사키 등의 도시와 비교해도 저렴해 놀랬다. 성수기인 7, 8월이 지나가면 태풍이 자주 오는 관계로 9, 10월은 비수기가 되기 때문. 일주일 전에 급하게 찾은 항공권이지만, 되려 득템한 셈이다.
더운 걸 싫어해 겨울로 떠나겠다는 계획은 되려 여름으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여름휴가를 망치지 않게 되었다는 점에선 다행이었다.
첫째 날, 렌터카 픽업과 숙소 찾기
느긋한 낮 비행기로 출발해 두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나하 공항에 도착하려는 순간, 앞 비행기와의 거리가 짧아 착륙하지 못했다. 다시 날아오른 비행기는 크게 한 바퀴를 돌아 다시 공항에 도착했지만, 시간은 20여 분 늦어졌다.
거기다 공항에서 20여 분 떨어진 렌터카 업체로 가는 길은 퇴근 시간과 맞물려 버렸다. 예상했던 숙소 도착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이쯤 되면 되레 마음이 느긋해진다.
렌터카를 타고 오키나와에서 운전이 시작되었다. 우측 운전이 서툰 절친은 자꾸 와이퍼를 켜대고, 내비게이션을 봐도 감이 없는 방향치인 나로 인해 숙소 찾는 길은 더더욱 복잡해져 갔다. 결국 숙소 부근에 차를 정차하고 숙소까지 걸어가 문을 두들겼다. 숙소는 골목 안쪽에 있어 애초부터 차를 몰고 들어가기엔 어려운 곳이었다.
그사이 해는 어느새 뉘엿뉘엿 지고, 숙소 근처의 국제거리를 살짝 돌아보다 저녁 먹고 첫째 날은 그대로 잠들었다.
둘째 날, 서프요가와 문제의 숙소
오전 일찍 숙소 조식을 먹고 다시 어색한 우측 운전과 방향치의 길잡이가 시작되었다. 둘째 날은 '서프요가'를 경험해 보기로.
일본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했다 보니 한국인 2명이 찾아온 것도 처음이라고 한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땅에서도 못하는 요가를 패들보드 위에서 하는 것은 무리였다. 절친이 바다에 3-4번 처박히는 모습을 보니 이 액티비티는 무리수였단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다, 미안해.
서프요가를 끝내고 둘째 날 숙소로 향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곳은 방 안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라 꼭 한번 묵고 싶었던 곳. 예약 후, 한국인은 노쇼가 많으니 주의해달란 메시지가 와 당황했던 곳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궁금했던 숙소는 예상대로 좋았고 노천탕까지 있어 온천욕을 하고 싶단 마음도 달랠 수 있었다. 숙소리뷰는 기회가 될 때 다시 한번.
셋째 날, 스노클링과 장인의 야키토리
푸른 동굴 스노클링이 있는 날. 우측 운전은 조금씩 적응되어 가는데, 여전히 방향치인 나는 내비게이션이 어려웠다. 일본 고속도로를 타는 새로운 경험까지 하며 달려온 푸른동굴. 옆 동네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보고 예약한, 한국어가 가능한 스탭이 있는 곳이다 보니 서프요가보단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스노클링은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일단 오키나와 바다에 그렇게 수많은 물고기가 있단 사실도 놀라웠고, 그 물고기들과 함께 둥둥 떠다니는 경험도 환상적이었다. 푸른 동굴 내부는 대중목욕탕을 연상케 하는 많은 사람이 있어 아쉬웠지만, 스노클링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해도 좋을 경험이었다.
이날 저녁은 숙소에서 추천받은 야키토리 집이었다. 딱 봐도 연륜이 느껴지는 주인장 할아버지가 새까맣게 탄 얼굴로 야키토리만 연신 구워내고 있었다. 그 덕인지 장인정신이 가득한 야키토리는 나오는 속도는 느려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넷째 날, 코우리대교, 코우리섬
오후에 출발하는 귀국편이었던 터라, 오전은 여유 있게 근처 코우리섬으로 향했다. 일본 CF에 종종 등장한다는 코우리대교를 지나 도착한 곳은 연인의 성지라고 불리는 하트 바위가 있는 곳. 사실 오키나와의 자연만으로도 충분해 하트 바위가 대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이름난 곳답게 이른 아침부터 사람은 많았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하트 포즈와 함께 사진을 엄청나게 찍었다.
급하게 변경한 여행지치곤 되려 평소 여행보다 열심히 알아보고 출발한 여행이 되었다. 매일같이 오키나와 날씨를 확인하며 태풍을 걱정했던 것과 달리 오키나와는 최고의 날씨로 반겨줘 스노클링의 꿀잼과 자연과 함께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확실히 깨닫고 왔다.
언제고 갈 수 있을까 했던 곳을 이렇게 가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문득 그런 생각이 마음속에 생겨나더라. 답이 없는 일에 아등바등 고민하면서 살 필요가 있을까?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느긋함이 만들어낸 우연의 즐거움, 내게 오키나와는 그런 곳으로 남았다.
정보
글쓴이 : 신난제이유
카메라 : Panasonic GX1 + iphone 7(Fo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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