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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과의 전쟁 - 고양이 모래와 화장실

퇴근하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남이가 싸둔 똥이었다


흔히들 고양이는 개와는 달리 훈련을 하지 않아도 화장실만 제대로 만들어두면 그곳에 배변한다. 그러나 '화장실만 제대로 만들어 두면'이란 전제조건은 초보 집사에게는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 제대로 된 화장실이란 무엇일까?

※지금부터 '똥'이란 단어와 '똥사진'이 빈번하게 나오니 주의!※



잘 먹고 잘 싸는 일의 중요성

잘 먹고 있는 중입니다


냥이를 구조하러 갈 때 맨손으로 갔던 초보였기 때문에 고양이를 데리고 오기 전에 준비가 필요하단 사실도 없었다.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는 필요할 땐 나오지 않고 이럴 때만 쓸데없이 발휘된다. 




고양이 입양 시 당장 필요한 것 : 사료와 모래


고양이를 데리고 오기 전 여러 가지 필요한 것들은 많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사료와 모래다. 잘 먹고 잘 싸는(?) 일의 중요성은 사람도 고양이도 매한가지다. 고양이 커뮤니티를 돌아보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변비 걸린 고양이라든가, 신장 질환이 있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으니 화장실이란 중요하다.



1차 전쟁, 멍청한 집사의 패기

잡지와 신문지 박스를 이용한 임시방편용 화장실

잡아 온 켄넬 앞에 두는 집사의 패기(?)


그렇게 중요한 화장실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나는 임시방편을 찾게 된다. 인터넷 주문을 해둔 모래가 도착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하루 이틀 사이에 별일 없을 것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했기 때문.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임시화장실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 집에 있는 신문지와 잡지를 깔아 화장실로 만들어 두었다. 


남이님이 노하셨다아아!!

남이님은 이딴 화장실을 용서하지 않으셨다


퇴근 후, 고양이보다도 나를 먼저 반겨준 것은 침대에 있던 맛동산[각주:1].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실제 그것이 일어나자 나는 왜 모래를 구해오지 않았는가를 고양이 똥이 묻은 이불과 요를 걷어내며 생각했다. 이때만 해도 매트리스는 살릴 수 있었다. 이때만 해도.



고양이 똥 커피라니

고양이 오줌냄새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냄새는 뭐랄까, 굉장히 기름진 음식을 하루 종일 잔뜩 먹고 싼 사람의 똥 냄새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느 날 문득 화장실에서 엄청난 냄새와 함께 '이런 걸 내 몸에서 배출하다니' 란 생각이 들만한 그런 똥 말이다. 고양이 오줌똥 냄새는 그것과 비슷하거나 되려 더하다고 볼 수 있다. 

침대 위에 있던 맛동산을 발견한 후 뒤이어 풍겨오던 냄새는 예상은 했어도 너무도 강렬했다. 사향고양이의 똥에 서 나온 커피 열매로 만든다는 루왁 커피는 줘도 안 먹기로 한다.



2차 전쟁, 모래라고 다 같은 모래가 아니다

남이님은 모래가 마음에 드시지 않았습니다


회사 동료에게 얻어온 두부 모래를 임시 화장실에 바로 깔아줬다. 이건 고양이용 모래니까 괜찮을 거란 생각으로 출근했건만, 돌아오니 또 한번 침대 위엔 똥이 기다리고 있었다. 구린내와 함께. 이번엔 매트리스까지 스며들어 매트리스를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고뇌에 빠졌다. 분명히 화장실에서 오줌 누는 걸 봤으니, 제대로 가릴 것이란 생각은 저 멀리 우주 밖으로 집어 던져야만 했다.

세번은 당할 수 없단 생각에 고양이 커뮤니티에 '똥오줌 테러'를 검색했더니 모래를 바꾸란 이야기가 나온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다들 알지만, 대부분은 모를 그것. 고양이 모래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리고 그런 모래가 중요한 고양이 화장실은 '고양이의 삶의 척도'와 연결된다고. 


고양이 모래 종류 : 우드펠렛, 두부 모래, 크리스털 모래, 벤토나이트 모래 외


다이소만 가도 좋은게 넘쳐난다

벤토나이트 모래를 득하였습니다


내가 회사 동료에게 얻어온 두부 모래는 두부 찌꺼기로 만들어져 물에 녹아 변기에 버릴 수 있단 점에서 많은 집사가 사용한다고 한다. 내 주변의 고양이를 키우는 7명에게 물어봤을 때, 4명이 이 두부 모래를 사용하고 있었다. (2명은 우드펠렛, 그리고 1명 만이 벤토였다.) 단점은 '모래스럽지 않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배변 테러를 하게 되고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고.

남이의 경우엔 길냥이 출신이기 때문에 두부 모래는 더욱 익숙하지 않았던 듯 하다. 



벤토나이트를 구하러 떠나자 

침대 매트리스만 남기고 모든 이불을 다 벗겨내 주말 내내 세탁기를 돌렸다. 고양이는 자신의 배변 냄새가 나는 곳에 다시 배변을 보는 일이 있다고 하여 세탁도 여러 번 해줘야 한다고. 베이킹소다와 식초, 중성세제를 넣고 평소보다 더 공들여 세탁해야만 했다. 


스크래처를 화장실 앞에 두면 모래날림을 줄일 수 있다

리빙박스도 작아서 이케아 수납박스 뚜껑으로 임시화장실 3을 만들었다


그리곤 근처 사는 지인에게 벤토나이트 모래를 1봉지를 얻어왔다. 벤토나이트 모래는 길냥이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가장 모래를 닮은 모래이기에 좋지만, 사막화라고 일컬어지는 모래날림 현상이 있어 키우는 이들에겐 청소의 고충을 준다.


참고글

1. 고양이에게 화장실이란 넘나 중요한 것! [헬스경향]

2. 고양이 모래의 종류 [한국 고양이모래 연구소]



고양이에게 중요한 화장실

덮고 잘 이불이 없고 또 쌀까봐, 돗자리를 깔고 잤다


똑같은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돗자리를 매트리스 위에 임시방편으로 깔아두고 출근했다. 이번엔 부디 화장실에서 배변 성공하길 바라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퇴근 후, 가장 먼저 본 곳은 침대 위. 드디어 배변 실수 2회 만에 똥이 없는 침대를 확인했다. 역시나 문제는 '모래'였던 것이지 남이의 잘못은 아니었던 것이다. 미안해, 내 잘못이야 


커다란 화장실을 회사로 주문한 바람에 들고 가느라 고생했다(일러스트 : 팽팀)


그 후로 뒷다리에 똥을 묻히고 나와 나를 경악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이는 크고 아늑한 화장실을 바꾸어주면서 사라졌다. 고양이는 화장실이 마음에 들어야 비로소 배변을 한다. 모래가 안 맞아도, 모래량이 적어도, 화장실이 좁아도 고양이는 똥을 참다 다른 곳에 눠 버리거나 다리에 묻혀버린다. 아, 끔찍하다. 더러운 화장실에 볼 일을 못 보는 것은 나도 남이도 똑같단 것이다.


피단스튜디오 이글루 화장실

주문한 모래를 추가적으로 부어줬다



요 며칠 나는 남이가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면 바로 변을 확인하곤 한다. 새로운 사료 때문인지 맛동산이 아닌 무른 똥을 싸서인데. 조카 똥 기저귀도 제대로 못 갈고 피해 다니기 바빴던 내가 고양이 똥을 이렇게 열심히 보게 된될 줄이야. 조카님, 미안. 그것도 노력해볼게.

꼬물거리는 작은 생명이 강렬한 냄새를 피우며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집에 새겨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하다.



참고


고양이 커뮤니티 :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네이버카페)
화장실 리뷰 : https://www.youtube.com/watch?v=ga9JMlB__U8(김메주와고양이들)


정보


글쓴이 : 신난제이유
일러스트 : 팽팀
카메라 : Panasonic GX1, iPhon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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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양이 똥을 의미하는 말로, 과자 맛동산 모양의 어느정도 형태가 있는 똥모양을 이야기함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