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의 방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내 이야기인가 했다.
요즘 주변에 집을 알아보는 분들이 있어 겸사겸사 나도 온라인 집구경 중. 직방이나 다방에는 나와 같은 조건인데 엄청나게 멋드러진 허위매물들이 넘쳐나 이사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지만, 말했듯 '허위매물'일 확률이 높다.
문득, 지금 살고 있는 집 셀프인테리어 이야기를 다 끝내지 않았단 생각이 났다. 남의 집 구경하다 근 4년 만에 끄집어 내는 옥탑셀프인테리어 이야기, 오늘은 드디어 가장 힘들었던 '부엌'이다. 지금보니 내 자신이 경이로울 정도다
자고로 뼈대가 중요
Before, 알 수 없는 타일벽지, 무너져내리는 싱크대
셀프인테리어를 괜히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 부엌을 고칠때였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내가 이 집을 선택한 것부터 절망감을 느낀 순간이었다. 방과 달리 부엌은 증축을 한 이유에선가 몇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벽'이다.
벽돌로 단단하게 지어진 방과 달리 부엌은 알루미늄샤시인지 같은 것으로 뼈대를 세우고 그 앞에 합판을 댄 형태였다. 겉만 깔끔하게 도배나 페인트칠을 하면 될꺼란 생각은 축 늘어져 있는 싱크대 상부장을 보고서야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가벽은 상부장을 붙들고 있을 힘이 없었고 전 세입자는 여기에 물건을 많이도 넣어뒀던 것인지 상부장은 떨어질듯 아슬하게 붙어 있었다.
셀프인테리어를 '굳이' 하겠다면 꼭 '벽'을 확인하란 결론을 얻었다.
건들지 말아야 할 그 것
헐?
부엌 천장 한켠에 물자국이 많아 그 부분을 떼어 내니 참담한 모습이 나타났다. 천장과 벽 사이의 틈으로 빗물이 샌 것. 이쯤되면 벽지를 뜯어버린 내 손이 어찌나 원망스러운지. 급히 폴리우레탄폼을 주문해 메꾸기 작업에 돌입했다. 폴리우레탄폼은 분사하면 통통하게 부풀어 오르는게 헤어무스를 닮은 아이템으로 굳고나면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면 된다. 그렇게 메꾼 벽 위로 벽지를 바르고 방과 똑같은 페인트를 발라 부엌의 밑작업을 끝냈다. 휴.
분노의 쉐킷
틈새를 메꿔준다
부풀어오른 부분을 깎은 후 새 벽지를 바른다
그러나 얼마 안 지나 비가 오자, 빗물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벽이 아니라 지붕 자체에서 빗물이 새는 것이었고, 결국 집주인을 불러 처리했다. 휴휴휴휴.
몇년 산 싱크대인가
Before, 언제적 옥색 싱크대인가
Before, 전 세입자는 어찌 살았던 걸까
좁은 부엌에 싱크대는 컸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원룸용 싱크대도 괜찮았을텐데 공간만 불필요하게 차지했다. 전 세입자가 6년을 넘게 산 집이라곤 하나, 지금은 보기 드문 '옥색'의 싱크대는 시트지를 발라서 사용하기에도 관리가 잘 되어 있지 않아, 싱크대 나무가 썪어가고 있었다.
부엌이 넓은 집이 내 나름의 꿈이었기에 이 옥색의 싱크대는 아무래도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결국 싱크대를 자비로 교체해 버렸다. 왜, 어째서라고 물으면 그러니까 셀프인테리어 하지말자.
가장 싼 싱크대를 찾아
싱크대도 배달 가능합니다
이전까지 싱크대는 한샘같은 곳에서 주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싱크대도 온라인 주문이 가능하더라. '소형싱크대'와 같은 검색어를 넣으면 된다. 싱크대는 일종의 '조립'과도 같아서 자신에게 맞는 아이템을 찾아 주문하면 된다. 보통 상/하부장으로 나누고 하부장은 개수대, 조리대, 가스대로 나뉜다.
내 취향대로 넓은 싱크볼로 바꾸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상/하부장을 다 하기엔 벽의 상태나 예산을 고려해 하부장만 주문하고 상부장 대신 원목을 직접 주문해 선반을 달았다. 하부장 개수대의 경우에는 이전 원룸에서 좁아터진 개수대에 답답했던 기억에 넓은 점보 개수대를 주문했다.
내 취향대로 하얀 가스렌지
빌트인 렌지를 넣거나, 상판 스테인레스를 PT(멜라민수지 합판)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든게 다 내 돈이기 때문에 더이상의 욕심은 넣어두기로 했다. 수전 위치에 따라 구멍 뚫는 위치를 정하는 것, 부엌의 너비에 맞추어 하부장을 선택하는 것 모두가 고민의 연속이라 고민거리를 더 늘리고 싶지도 않았다.
수전은 전문가에게
살아보니 이쪽으로 한 것은 신의 한수다
기존 싱크대는 좁은 폭에 어정쩡한 위치라 생활 동선을 고려해서 위치를 바꾸기로 했다. 싱크대 위치가 바뀐다는 것은 수전 위치도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는데, 이런 결정 하나마다 비용도 발생한다. 수전까지 직접 하기엔 불안감이 커 바로 근처 전문 수리공 아저씨에게 부탁했다.
수전 방향을 바꾸고 배송된 하부장을 넣은 것만으로도 이렇게 빛이 난다.
원목 선반은 직접
원목선반은 벽의 무게를 생각해 두꺼운 선반이 아닌 가볍고 작은 선반 6개로 결정했다. 길이를 재 주문하면, 선택한 원목으로 재단이 되어 도착한다. 이후 사포질과 바니쉬를 번갈아가며 3~4번 반복해 물이 튀거나 해도 어느정도 방수가 될 수 있는 선반으로 만들었다. 이후 선반 받침대를 달아 붙이면 끝. 상부장을 달기엔 공간이 나오질 않아 선택했지만, 셀프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근사한 부엌에 한몫했다. 1
부실한 부엌조명 교체
부엌조명은 갓도 없이 전구가 그대로 노출되어진 형태였다. 전 세입자는 인테리어는 정말 1도 신경쓰지 않은 것일지 몰라도 내 눈에 이 조명은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부엌은 직사각형으로 긴 형태라 1구로는 어두워 4구의 레일조명으로 교체했다. 각도 조절이 가능해 2개의 조명은 싱크대 방향으로, 2개의 조명은 옷장 방향으로 했다.
레일조명은 1구 조명과 비교해 설치가 어렵지 않을까 했으나 레일을 깐다는 것말곤 같아 예상보다 쉽게 교체할 수 있었다.
After, 현재 이렇게 삽니다
셀프인테리어를 하고 근 4년이 넘는 기간을 살았다. 몇 개월 전에 연장계약을 했으니 2년 동안은 별일 없는 한 또 이대로 살아갈 듯하다. 이 포스팅을 쓰며 셀프인테리어하기 전의 집 모습을 보면서 사서 고생을 했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같단 생각도.
그래도 가끔 주말 오전 볕이 드는 방안의 풍경과 설겆이를 마친 부엌의 풍경을 보면서, 여기가 나의 집이구나란 생각에 흐뭇해지곤 한다. 손이 많이 간 만큼,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았으니까.
셀프인테리어 시리즈
1편, 택배난중일기 : 택배받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2편, 셀프인테리어 하지 마라 : 많은 분들이 아직도 읽고 있는 그 글
3편, 셀프인테리어 정보를 찾아서 : 미리공부해도 모르긴 매 한 가지
4편, 가볍게 페인트칠 부터 : 하나도 가볍지 않았다
5편, 깔아보자, 장판을 : 전문가에게 맡기는 건 이유가 있다
6편, 조명과 콘센트 커버 교체기 :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진다
예상되는 댓글
Q. 왜 저런 집에 갔냐, 미련하다고 하실 분들에게
A. 셀프인테리어 하기 전엔 몰랐습니다. 이 고생길을.
Q. 집주인한테 돈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실 분들에게
A. 살면서 충분히 받았습니다. 매년 담근 김치도 나눠주시는 분들입니다.
참고
부자재 구입처 : 문고리 닷컴(http://www.moongori.com/main/index)
선반 주문 구입처 : 손잡이 닷컴(http://www.sonjabee.com/)
정보
글쓴이 : 신난제이유
카메라 : Panasonic GX1, 아이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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