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는 물개를 만났다
엉! 엉엉! 엉엉엉! (와! 너무! 좋더라!)
비마이비의 가을 겨울 정규 시즌이 시작되었다. 이번 시즌은 화요일 그룹과 목요일 그룹으로 나누어지는데 오늘은 목요일 그룹 '8명의 창업가, 그들의 과거와 현재' 편의 첫 세션이다. 강연자는 '프릳츠'의 김병기 대표였다. 오늘의 이야기는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이다.
왜 물개인가
세션이 있기 전, 원서동의 프릳츠를 방문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프릳츠는 로고만 보았지,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방문해서 음료와 빵을 마시는 순간까지도 머릿속엔 질문들만 남았다. 아라리오 뮤지엄 안에 있는 프릳츠에는 돌탑이 떡하니 있어 새롭다는 말 밖에 나오질 않았다. 무엇일까, 이 불국사 삼층석탑은!
이름이 아무거나 상관없듯이, 로고가 물개인 것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혹시라도 이걸 보고 ‘이게 무슨 뜻이지?’라고 하면 성공이니까요. 궁극적으로 우리 커피와 빵을 먹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이러한 궁금증이(고객을) 모셔오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창업가의 브랜딩> 중에서
로고의 물개, 한옥의 카페, 석탑까지. 커피와는 상관관계가 없을 것 같은 요소들은 프릳츠를 찾게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는 답은 꽤 명쾌했다. 물론, 그 명쾌함 뒤에는 자신들의 커피와 빵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강연 중간, '코어'라는 표현을 들어 설명한 '커피와 빵의 맛에 대한 퀄리티'. 그들 자신이 '프릳츠의 코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유지하기 노력하고 있기에 고객들은 호기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프릳츠의 팬이 될 수밖에 없다.
왜 한국인가
한국이란 소재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힙'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레트로'를 끼얹으면(?) 좀 달라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프릳츠 스타일은 현재의 뉴트로 트렌드가 있기 전부터 한국적인 레트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김병기 대표가 자신의 취향이라고 손꼽은 것으로 해외를 다니면서, 길거리에 버려진 자개장에서 아름다움에서, 스스로 경험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트렌디란 단어를 무서워요. 멋있고 새롭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이니까 두렵게 느껴지죠. 트렌드를 반영하기보다는 우리의 음료와 빵, 디자인을 내놓는 퀄리티 자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때론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란 표현이 식상하게 느껴지곤 했다. 그러나 BTS와 프릳츠를 보고 있자면 세계에 알릴 한국 스타일이란 비빔밥과 불고기만이 답은 아닌 듯하다. 한국의 브랜드가 다양화되어가고 있단 것은 여러모로 즐거운 일이다.
왜 구성원인가
프릳츠 구성원 간 '소통'이란 말 대신 '약속'이란 표현을 쓴다는 그는 '소통이란 실제 본 적 없는 용과 같은 것'이며, 사람마다 가진 언어 감수성이 다르므로 같은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며 오해하고 기분 나빠하지 않도록 '약속'을 한다고.
질의응답 시간에 그에게서 나온 '구성원들의 삶의 속도에 맞추어 필요하다면', '구성원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호두과자를 팔아야 한다면' 등의 답변은 프릳츠의 다양한 복지와도 일맥상통하며 김병기 대표가 구성원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가 느껴졌다. 앞서 말한 프릳츠의 코어는 그런 구성원에게서 나오는 것이고, 이것이 프릳츠라는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포인트란 생각이 들었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 구성원의 자발적인 동기부여다. (...) 흔히 사명감이라고 이야기하는 이것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공감하게 하여 구성원에게 주인 의식을 불어넣고 브랜드와의 강한 애착 관계를 만들고자 하는 것. 이러한 것들이 실현될 때 구성원 개개인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속한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전파자가 되며, 다른 어떤 커뮤니케이션 매체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날마다, 브랜드> 중에서
때마침 읽던 책의 내용이 프릳츠와 겹쳐진 것 또한 우연은 아니었을 거다. 자신이 생각하는 조직의 형태가 커피 회사에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창업했다는 그의 말은 수평적인 조직 구조를 넘어서 구성원 모두가 프릳츠라는 브랜드에 속해 있단 생각마저 들었다. 이건 좀 부럽다.
왜 나인가, 나는 누구인가
강연의 마지막. 좋아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금 고민에 빠졌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요즘이기 때문. 아무도 답을 줄 수 없는 오직 나만이 찾을 수 있는 그 답을 찾으면 나도 꽤 괜찮은 내가 되어 있을까?
아마 정답은 찾을 수 없을 거다. 김병기 대표의 마지막 장표에는 '저도 잘 몰라요'라고 적혀 있었으니까.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이란, 결국 끊임없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이니까.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 프릳츠 세션이 나에게 남긴 가장 큰 숙제다. 숙제는 이미 산더미인데.
참고 도서
창업가의 브랜딩 / 우승우, 차상우 저 / 북스톤
날마다 브랜드 / 임태수 저 / 안그라픽스
참고사이트
Brand Thinking Platform Be My B https://bemyb.kr/
프릳츠 커피 컴퍼니 https://fritz.co.kr/
정보
글쓴이 : 신난제이유
카메라 : Panasonic Lumix lx10, Fujifilm xt-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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