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지고 이제 겨울이 왔다. 그러나 겨울이라고 하기엔 요즘 계속 따뜻한 날씨였는데, 갑자기 추워져 깜짝 놀라게하는 이번 겨울. 오늘에서야 제대로 된 겨울이 찾아온 것 같다.
두툼하게 입은 옷 사이로 차가운 바람은 불어오던 일요일. 정말 이유도 없이 우쿠빵의 안내로 가게 된 곳은 서울에 살면서도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어린이대공원이다. 이날은 유난히도 날씨가 추웠던지라, 사람이 거의 없어 아주 여유롭고 느긋하게 구경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참 춥더라.
이 아이들은 유세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개코원숭이
나는 동물원이 참 좋다. 지금 하는 이 직업을 관두고 무언가 새로운 직업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사육사'를 선택할 만큼 동물들을 좋아한다. 어린이 대공원은 그런 면에서 매우 좋은 곳이었다.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동물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이렇게 좋은 동물원이 어디에 있을까?
추운 겨울, 그나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동물은 바로 원숭이. 먼저 만난 개코원숭이들과 달리 요 녀석들은 우리에 살고 있었다. 빤히 쳐다보고 있는 원숭이들의 눈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을 받는다. 불쌍하다는 내 감정을 비웃는 듯한 조소? 어쨌든 이 녀석들은 열심히 사람이 던져주는 먹을 것을 잘도 낚아채며 배를 채우고 있었다.
한편, 아무 먹이나 주면 안 된다고 적혀 있어도 집에서 싸온 음식 남은 것을 원숭이들에게 던지는 사람들이 보여서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 말라고 적혀 있는 문구를 읽을 줄 안다면, 하지 말자, 정말.
쪼르륵 쪼르륵 달려오는 귀여운 보초병들, 미어캣.
내셔널 지오그라피였든가, 동물의 왕국이었든가.. 기억은 자세히 안나지만 미어캣은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인상적인 동물이었다. 다른 동물원에 비해서 어린이 대공원에서는 미어캣을 참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스모키 화장을 한 듯한 눈과 까맣고 작은 손, 움직일 때마다 무리지어 달려와서는 두 발로 팟하고 서서는 기웃거리는 모습. 정말 귀여운 녀석들이었다.
내가 이 녀석을 닮았다고? 프레리도그
자꾸 페라리도그로 외워지는 이름의 귀여운 요 녀석의 이름은 프레리도그. 처음 보는 동물이라서 검색을 해봤더니, 뜻밖에 반려동물로 많이 키워지고 있는 아이였다. 햄스터와 비슷한 느낌인데, 토끼와 다람쥐를 적절하게 닮아서 무지 귀엽다. (근데 검색을 해보니 새끼를 잡아먹는 어미도 있다고 하여 경악;ㅁ;)
춥지만 따뜻한 햇볕, 난 자렵니다. 건들지 말아 주소.
동물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곰'인데 아무래도 겨울 동면을 들어간 것인지 볼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모든 동물이 아주 나른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 역시도 같이 나른~해져 버려서 따뜻한 온돌방에 이불을 목까지 끌어 올리고 낮잠을 자고 싶어졌다. 어여 집으로 가야지.
공원에서 나오는 길, 후문 바로 앞에서 팔던 7개에 1,000원인 붕어빵. 어딜 가도 이런 가격의 붕어빵은 보질 못해서 되려 사 먹으면서도 아저씨께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공원을 찾아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한 가격이었을까? 입장료가 없는 대공원도, 저렴한 가격의 붕어빵도 추운 날씨의 산책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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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불친절한 찾아가는 길 : 7호선 어린이대공원 역에 내려서 정문으로 들어가도 좋고, 4호선 아차산 역에 내려서 후문으로 들어가도 좋고.
2.홈페이지 : http://www.sisul.or.kr/sub05/
3.그 밖에 설명 : 7개에 천원 붕어빵 아저씨는 후문에, 몇몇 공연(뽀로로 뭐시기)은 유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