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남아돌던 20대 때는
뭐하고 있었나, 나는
작년에 인생 첫 10K를 달렸다. 사람이 1시간이나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구나, 사실에 놀라웠다. 뉴발란스나, JTBC 같은 이름난 마라톤 대회의 인증글을 시즌 때마다 만났지만, 굳이 해보고 싶단 생각을 하진 않았다. 그런 내가 자발적으로 마라톤 대회를 신청했다.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처음엔 내가 신청한 마라톤 대회가 그저 ‘서울마라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정식 명칭은 ‘2023 서울 마라톤 겸 제 93회 동아마라톤’이었다. 93회인 동아마라톤이 앞에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어찌 되었든 나의 첫 마라톤 대회는 JTBC도 뉴발란스도 아닌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대회가 겸사겸사 되었다.
10K 완주를 위한 나름의 훈련
작년에 10km를 뛰어 봤지만, 그 후로 10km는 뛰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무리없는 달리기의 허들은 늘 5km 정도인데, 연습하지 않고도 뛸 수 있는 거리라곤 하나(실제로 당일날 보니 도전에 의의를 두고 나온 분들이 많아 보였다.) 그래도 6만 원 내고 참여하는 건데 메달이라도 하나 받아와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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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라톤 대회 전까지 주 3회, 최대 10km 러닝을 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물론 이 계획대로 주 3회 완벽하게 뛰지도 10km를 뛴 날도 없지만, 그래도 꾸준히 조금씩은 뛰면서 달리기 대회 전전날까지 준비했다.
마라톤 대회 첫 참가자의 어설픔
신청해두고 잊을 때쯤 서울마라톤 운영본부에서 ‘달리기 기록’을 내라는 문자가 왔었다. 딱히 낼 정도의 기록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답을 하진 않았는데, 그 후에 H그룹으로 배정받았다는 문자가 다시 왔다. 기록을 내지 않았거나, 기록이 없는 초보러너는 H그룹으로 배정되는 듯했다.
문자에 적힌 내용 중, ‘뒷 그룹 배정자가 앞 그룹 이탈 시 실격 처리’라는 말이 있어서 따로 문의했다. H그룹으로 달리다가 G그룹에 들어가게 되면 실격된다는 소리일까 봐서. (내가 그렇게 잘 뛸 것이라 자신한 것인지..) 초보러너의 걱정(?)과 다르게 이 문자의 의미는 ‘H그룹으로 배정받았으면 H그룹으로 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아?!
첫 마라톤 대회에서 느낀 것들
마라톤 대회를 처음 참여하다 보니,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대한민국 달리기 인구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고, 가족, 연인, 러닝크루, 달리기 동호회 등등 ‘남녀노소’ 참여하고 있었다. 혼자서 뻘쭘하게 와서 달리겠다고 하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았던 건 기분 탓이겠지.
1. 우비를 입고 뛰는 사람들
달리기를 하는데 1회용 우비를 입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거추장스럽게 왜 입고 있는 건가 했더니, 체온유지용 바람막이였다. 달리다가 버리고 뛰던데, 우비를 입는다는 건, 적어도 마라톤 대회 경험이 있단 이야기가 되겠다.
2. 초반 2km는 조심
매번 혼자서 러닝을 했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뛰는 건 실로 처음이었다. 천천히 뛴다고 뛰었는데도 사람이 많아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천천히 뛸 수밖에 없었다. 2km 넘어가니 슬 걷는 사람들이 나오면서 공간의 여유가 생기긴 했지만, 진짜 초반부터 달려나가다간 엉켜 넘어질 수도 있겠더라 싶었다. (풀코스는 상상도 안되네.)
3. 페이스 메이커를 쫓아서
한참 달리다 보니 앞에 두둥실 풍선이 보였다. 01:05라고 적혀 있었던 듯 한데, 페이스메이커였다. 이 분을 제친다면 1시간 5분 대보다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단 사실을 깨닫고, 열심히 뛰었더니 실제로 약 1시간에 결승점에 도착했다.
4. 메달과 간식 배분
10km를 완주하고 거친 숨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차리고 나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더라. 메달 같은 걸 줄텐데, 어디에서 받아야 하는 거지 혼자서 두리번거리다 사람들을 따라 움직였더니 줄이 보였다. 아, 간식이랑 메달을 이렇게 봉투에 담아 주는 거였구나.
5. 아, 사진을 파는구나?
문자 메시지를 받아서 들어가 봤더니, 누군가가 내 사진을 찍었더라. 몰랐는데 마라톤 대회에는 이렇게 포토그래퍼 분들이 곳곳에 있고 사진을 찍어 주시는 모양. 1장에 5,000원이면 원본 사진을 다운로드할 수 있더라. 사진을 찍힐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10K 달리는 것에만 집중했더니 사진들이 다 웃긴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기념이라 한 장 사기로.
첫 마라톤 대회 완주
메달을 누가 걸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아니, 걸어준다고 해도 참여자가 너무 많긴 하지) 간식 봉투에 포함된 메달이 뭔가 아쉬운 느낌. 인증샷이라도 근사하게 찍고 싶은데, 혼자인 데다가 소심해서 누군가에게 찍어달라고 말도 못 했다.
어찌 되었든 나의 첫 마라톤 대회는 크게 다친 곳 없이 무사하게 완주했고, 묵직한 메달을 들고
서 완주의 기쁨을 다시금 곱씹었다. 풀코스를 뛰는 선수를 실제로 본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풀코스를 뛰어봐야 하나 생각했다. 일단 그때까지 내 무릎이 잘 버텨준다면?
올해 목표로 세운 마라톤 대회 10K도 벌써 성공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이렇게 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다음 목표를 생각하고 있다니. 내가 참 멋지고 대견하다. 빠르게 달릴 필요는 없다. 조금씩 나만의 속도로 달려나갈 거다.
메모
성취의 기쁨을 가지고 싶은 분들이라면 추천
이보다 더 작은 단위의 대회도 있더라. 빵빵런과 같은 귀여운 달리기 대회를 포함해서.
참고
서울마라톤 : https://seoul-marathon.com/
일정 : 2023년 3월 19일(일)
참가비 : 6만 원 / 기념티, 메달, 약간의 간식들
정보
글쓴이 : 신난제이유
카메라 : 아이폰 13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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