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동안 매일 30분씩 달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9월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도전 목표를 세웠다. '9월 한 달 동안 매일 30분씩 달리기'가 바로 그것. 러닝을 시작하고 혼자서 꾸준히 뛰어보려고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가 덕지덕지 붙다 보면 좀처럼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작정하고 한번 달려보기로 했다.
습관 만들기에 필요한 것은?
매일 달리는 습관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프로루티너라고 자부하는 내게 있어 습관을 만들 때 몇가지 원칙이 있다. 작게 만들고, 반복하고, 보상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 뇌에서 이런 과정은 3단계의 고리로 이루어진다. 첫 단계는 신호다. 신호는 우리 뇌에게 자동 모드로 들어가 어떤 습관을 사용하라고 명령하는 자극이다. 일종의 방아쇠이다. 다음 단계는 반복 행동이 있다. 반복 행동은 몸의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심리 상태나 감정의 변화로도 나타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보상이다. 보상은 뇌가 이 특정한 고리를 앞으로도 계속 기억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습관의 힘>, 찰스 두히그
이 방법대로 9월 달리기를 위해 아래의 내용으로 규칙을 만들었다.
1. 매일 20-30분 달린다. (반복)
2. 달리기를 성공하면 만원씩 저금해서 새 러닝화를 산다. (보상)
3. 비가 올 땐 유산소 운동으로 대체한다.
4. 달리기 관련 책을 매일 읽는다. (신호)
속도을 내려놓고 시간을 즐기기
첫날 달리고 나서 NRC(Nike Run Club) 앱에서 페이스 알림 메시지를 껐다. 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속도에 집착한단 생각이 들었던 것. 앞으로 29일을 더 달려야 하는데 속도에 집착하면 달리기의 즐거움이 사라질 것 같았다. 때마침 함께 읽던 김성우 님의 책에서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달리기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즐겁게, 재미있게 달려보세요. 편안하게, 가볍게 달리세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더 빠르게, 멀리 달리고 싶다면, 더더욱 무리하지 마세요. 빠르게 멀리 달리는 데에 필요한 기반은, 편하게 달리는 시간 속에 쌓입니다.
<30일 5분 달리기>, 김성우
30일 달리기의 결과 - 정량적
사실 한달 중에 하루는 비가 와 유산소 운동으로 대체했고, 다른 하루는 뉴발란스 10Km 마라톤을 앞두고 정강이가 아파 쉬어갔다. 정확히는 30일이 아니라 28일을 뛰었다. '데이터'로 정리한 30일 달리기의 결과는 이렇다.
- 달린 기간 : 2023년 9월 1일 ~ 9월 30일
- 러닝 횟수 : 28회
- 달린 거리 : 149.2km
- 달린 시간 : 16:28:41
- 몸무게의 변화 : 52.7kg > 53.1kg
- 함께 읽은 책 : 3권 하고 찔끔
<마라톤 1년 차>, <마라톤 2년 차>, <30일 5분 달리기>,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 기타 : 뉴발란스 마라톤 10km 완주
'데이터'만 놓고 보면 극적인 변화랄 것이 전혀 없었다. 살은 오히려 쪘다.(왜!) 결과만 놓고 보면 사실상 대단한 것이 없으니, 이건 실패한 도전인가 싶지만 글쎄.. 나는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30일 달리기의 결과 - 정성적
매일 달렸다는 것이 우선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매일 달린 적은 처음이었다. (2일 빼고라도 28일을 달린 적은 처음이다.) 꾸준히 달리는 습관을 만들었다는 것으로도 그 성취감은 어마어마했다. 30일 달리며 느낀 점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마음 상태 또한 정리해 보았다.
- 20일쯤 달렸을 때, 달릴까 말까 고민도 없이 달리러 나갔다.
- 비가 오면 그건 '우중런'이다.
- 천천히 뛰는 기본 페이스가 약간 빨라졌다.
- 5km는 별 생각없이 뛰게 되었다.
- 10km도 이제 뛸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달리는 습관을 만들고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달릴까 말까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 더 이상 달리기가 '해야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달리면 나에게 좋은 것'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달릴 때마다 타인과 비교하는 순간이 생기곤 했는데 이번 도전을 통해서 꾸준히 달리는 나 자신이 무척 멋있게 느껴졌다.
누구보다 행복한 러너를 꿈꾸며
30일간 뛰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처음엔 '힘들다'는 생각이 머리를 꽉 채우고 있었는데,꾸준히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즐거운 생각을 하게 되더라.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거나 잘 달리는 러너는 될 수 없어도 '즐겁게, 행복하게 달리는 러너'는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목표에 있어 '속도'에 대한 집착을 조금은 내려놓았다. 다치지 않고 계속 뛸 수 있는 것, 할머니가 되어서도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달릴 수 있다면 그게 정말 대단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떤 러너가 되었으면 하는가, 나는 왜 달리기를 하는걸까, 30일 동안 뛰면서 그런 질문들을 내게 던지고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즐겁고 행복한 할머니 러너가 되자'. 아, 멋진 꿈이 생겨 버렸다.
10월엔 매일 뛰진 않아도 주 3회는 뛰어보려고 한다. 11월에 하프 마라톤 도전을 앞두고 굿러너 시스터즈 4기도 신청했다. 내 삶에 '달리기'가 이렇게 자리 잡을 줄은 몰랐는데, 하지 않았을 때보다 했을 때 훨씬 좋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 달리기이기에 계속 꾸준히 달려 나가고 싶다. 멋진 할머니 러너를 꿈꾸며 말이다.
뒷이야기
달리기 성공 적금으로 새로운 새로운 러닝화를 샀다. 사실 24일 때 되던 날에 품절이 될까봐 먼저 샀다.
뉴발란스 마라톤은 10km를 1시간 내로 들어오는 것이 작은 목표 중 하나였는데, 57분대로 들어왔다.
글쓴이 신난제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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