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동생들과 함께 레드클리프를 찾았다. 지난번 골드코스트에 이어서 호주 바다는 두 번째. 이곳은 지난번 골드코스트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곳으로, 브리즈번 시티로부터 차로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다. 붉은빛의 해안가 절벽을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바다 근처 붉은 부분이 있는 것 외에는 사실 그렇게 '레드클리프'라는 이름에 걸맞는 곳은 아니었다.
서퍼들의 파라다이스, 그러나 정작 서퍼들은 볼 수 없었던 지난 골드코스트 이야기 : http://sinnanjyou.tistory.com/82
지난번 골드코스트가 해운대를 연상시켰다면, 이곳은 한국의 자그마한 항구도시를 떠올리게 했다. (문득 생각난 곳은 울진으로 난 그곳에 가 본 적도 없는데, 갑자기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한적하고 고용한 바다, 해수욕하는 사람들보다는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하며 산책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레드클리프의 느낌이다.
아이들이 많이 놀고 있어서 지켜봤는데, 한 소녀가 눈에 띈다.
유...유연성이 대단하구나!!
파도가 없는 잔잔한 해변이다 보니,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좋은 곳이다. 거기에 주변으로 난 산책로와 바베큐장이 가족들이 여유롭게 놀 수 있기에 좋아, 한쪽편에서는 한 꼬마의 생일잔치도 벌어지고 있었다. 분홍색 리본과 몇 개의 풍선으로 소박하게 치장을 해놓고 초대받은 아이뿐만 아니라 그 부모들까지 같이 즐기는 생일잔치는 참 보기 좋았다.
손을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 개를 산책시키며 운동하는 여자, 아이를 보며 수다를 나누는 엄마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가족.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호주의 여유가 무척이나 부러워진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많은 고기를 먹지 않았는데..
한창 감상에 젖어 있을 때, 마스터 동생들이 요리를 시작했다. 오늘은 간단한 바베큐와 파스타가 메뉴. 출발하기 전 슈퍼마켓에 들려 사온 고기는 역시나 맛있다. 한국에서는 채식이 열풍인 모양인데, 난 이곳에서 매일 육식 생활을 즐기고 있으니;; 한국에 돌아갈 땐 얼마나 오동통해질지 걱정이 들기도.
점심을 챙겨 먹곤 맥주를 한 잔 마시기 위해 길을 나섰다. 반대쪽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시간이 흘러서인지 물이 많이 빠져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다리를 보며, 맥주 한 잔 마신 후에 가 보기로 했다. 분명 또 다른 모습의 바다를 바라볼 수 있을 테지.
어딜 가도 경찰은 욕을 먹는 듯;;
맥주 한잔 마시는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휴일의 즐거움이 배가 되어 걸어가는 내내 싱글싱글. 멀리서 보이던 다리를 건너 아까 서 있던 곳의 풍경을 바라보니 예상했던 대로 또 다른 레드클리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레드클리프가 여타의 바다와 가장 다른 점은 수영하는 사람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골드코스트나 나중에 소개할 누사와 같은 경우에는 파도가 높다 보니 서퍼들도,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곳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다. 대신 다리 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과 선탠을 즐기는 사람들은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초,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신나게 놀다가..
해파리를 발견하곤 허겁지겁 물에서 나오기 시작!
다리 위에서 다이빙하는 친구를 지켜보던 아이의 표정이 자못 심각
수영의 신 펠프스의 나라라서 그럴까. 제법 깊은 바다인데도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수영을 하며 놀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물과 친숙한 듯 자연스러운 아이들은 수영장이 아니어도 깔깔거리며 잘 놀고 있었다. 높은 다리에서 뛰어내리고 줄에 타잔처럼 대롱대롱 매달려있기도 하고 지켜보는 어른들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은 참으로 즐거워 보였다.
한 마리의 인어 같았던 남자아이는 해파리를 능수능란하게 포획
친구에게 보여주며 자랑질 시작!
해파리냉채로만 만나던 그 해파리를 이렇게 만나긴 처음이다
어릴 적에 충무에서 수영하고 놀다가 해파리에 쏘인 기억이 있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해파리, 그건 이 동네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잘 놀다 해파리를 발견하곤 허겁지겁 물에서 나오기 시작했으니. 그런데 그중에 한 남자아이가 해파리에게 다가가더니 장난감 갖고 놀듯 해파리를 그대로 잡아 올리는 게 아닌가. 따끔따끔 쏘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갖고 놀던 그 자태가 어찌나 그림 같던지.
오후가 되자 더욱 반짝이는 레드클리프
와...새다!
다다다다...
다다다다...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발걸음을 돌렸다. 지는 해는 바다에 부딪혀 더욱 반짝이고, 모래사장에서 오는 아이들의 모습은 귀엽기만 하다. 새를 따라 이쪽저쪽으로 뛰어다니기 바쁜 아이의 모습은 레드클리프에서 본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
노부부의 다정한 모습은 언제봐도 좋다
엄마 말을 안 듣고 아이들은 물에서 뛰어 논 모양
레드클리프는 무언가 박진감이 넘치는 바다는 아니지만,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풍경과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즐거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생각났다. 이렇게 좋은 하늘과 멋진 바다를 한국에 있는 친구들도 같이 볼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사진으로나마 이 여유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