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설날 음식을 준비하면서 우리 집은 제사를 지내는 흔히 말하는 '큰집'이 아니다. 제사 음식을 만든다고 하루 종일 전을 부치거나 한 경험도 새벽부터 일어나 절한 경험도 그다지 없는지라 늘 명절이 온다고 해도 여느 집보단 조용하게 별다를 것 없이 지내곤 했다. 이번 구정은 조금 달랐다. 엄마는 몇 가지 전과 튀김을 만들어 먹자고 한 것. 그러고 보면 재작년엔 호주에 있었기 때문에 설 음식을 먹은 것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오랜만의 일이었다. 어릴 적 큰 이모 댁에서 산적을 굽고 전을 부치는 모습이 어렴풋이 남겨 있던 그때 이후로 이건 정말 오랜만이다. 정확한 이름도 아직도 모르는 이 꼬치 산적(이라고 일단 쓰자)은 내가 좋아하는 설음식. 집집이 만드는 방법도 다양한데 우리 집은 어묵, 오이, 버섯, 맛..
어느 자취생의 겨울철을 이겨내기 위한 아이템 넷 겨울이 왔다. 자취생에게 겨울이란 남들보다 더 추운 계절이란 걸 그동안은 몰랐다. 호주의 겨울은 그렇게 춥지 않았기에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또한. 난방비의 지출은 최대한 줄여야 하다 보니 보일러를 떼지 않고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는데 서울은 정말 추웠다. 그리하여 주변의 베테랑 자취생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겨울철을 대비한 아이템으로 이겨내는 중. 완벽하진 않아도 이들이 있어 그나마 따뜻.....하다. ▲ 뽁뽁이 따봉! 아이템 하나, 뽁뽁이(에어캡)그러니까 뽁뽁이를 창문에 붙인다는 소리를 들었을 땐 좀 의아했다. 뽁뽁이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단열효과가 있단 건 신선한 충격이었으니까. 몇몇 기사를 살펴보고 나서야 그 효과에 대한 신빙성이 생겼고 주변 자취생들의 말을 듣고 소셜커머스에 접속하..
쓸친들과 함께하는 2013년의 마지막 날 2013년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흘러버리긴 아쉬운 그런 날이었고 한 살 더 먹는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고 있는 순간이었다. 종각에 나가서 보신각 종소리라도 들을까 하는 계획은 절대 세우지 않았고 그냥 조용히 잠이나 잘까 하다 급하게 쓸쓸한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은 '개드립'이란 공통 주제 하나로 모여서 까똑방에서 줄기차게 떠들어 대는 내 소중한 친구들이기도 하다. 언니가 살던 좁은 집에 들어온 터라 아직 정리되진 않았기에 누굴 초대한다는 건 엄두가 나질 않았지만, 그들은 왔고 평소 1명 혹은 2명이 정원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조그만 자취방에 총 6명의 인원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부처님 오신 날 아닙니다요 홈파티녀 쮀가 가져 온 파티용품들이 이 쓸쓸한 31일의 파티를 반짝여줬다......
오늘 날씨가 좋다하여 나가 보았다 날씨가 좋다고 했다. 하늘은 맑고 구름은 둥둥 정말 사진 찍기에 좋은 날씨라고. 지난밤 비가 왔던지라 꽤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그 말 하나 믿고 쓰레기봉투를 살겸 나갔다. 하늘이 맑고 사진 찍기 좋긴 한데 참 춥네. 추워. 손가락이 움직이는 거 하나하나가 고될 정도로 춥네! 응-"-? 원래 계획은 산뜻한 마음으로 내 사랑 보라매공원에 가서 멋진 낙엽지는 사진을 찍어야지. 떠나는 가을의 뒷모습을 담아야지 뭐 그런 가을에 어울리는 문학소녀같은 풍경을 기대하면서 나섰는데. 어찌나 추운지. 어찌나 겨울같은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파서 결국 포기. 공원 앞에서 그냥 집으로 돌아서기로 했다. 아주머니들은 허리를 굽혀 떨어지는 은행 줍기에 바쁘시고 저것도 가을을 보내는 의식이란 생각에 나..
비가 와도 소풍은 간다 일본에서, 호주에서 그리고 캐나다에서. 어쩌다 보니 내 블로그는 '여행'을 주로 써내려가는 것처럼 되었지만, 사실 나는 정확히 말하자면 '소소한 일상을 다루는 블로거'다. 여행블로거라고 하기엔 여행을 참 못한다. 쩝.'일상을 조금 더 소소하고 즐겁게 보내는 1%의 방법에 관하여'를 연구하는 것이 내 블로그의 컨셉인데 '여행'은 그 중의 하나일 뿐인지 엄연히 '메인'은 아니다. 오늘은 그 소소하게 보내는 1%의 이야기에 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한다.이름 하야 '비 오는 날에 소풍을 가다' 호주에 있을 때 그리웠던 것 중의 하나가 '한강에서 돗자리 펴고 놀기'로, 마음 맞는 사람 몇 명 모아 한강에서 노는 날을 잡았더니 때아닌 봄비가 내렸다. 게다가 춥기까지. 우리는 고민했다. 어쩔까. 취소할까. 강행할까.취..
How was your DAY? "How was your DAY?" 멜버른 야경을 보고 돌아가는 길 근처 벤치에 붙어 있는 종이가 눈에 띄었다. 누가? 왜? 무슨 일로? 이걸 붙여놓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건 꽤 많은 사람이 여기에 글을 적었다는 것. 내 하루는 8일 연속으로 호텔 일을 해서 손목이 너무 아팠고 약속과는 다른 많은 일에 힘이 들어서 짜증이 난 그런 날? 의미 없는 낙서들도 눈에 띄긴 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하루를 보낸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Great! Amazing! Good! 물론 중간마다 Suck! 같은 것도 눈에 띄긴 해도 역시 내 기분이 우울해서였을까 다른 사람들의 즐거운 하루를 보며 용기를 얻게 된달까. 누군가 무슨 이유로 여기에 붙여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문득 오늘은 어땠나 다시 돌아보니 재미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