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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골목 소소한 정취가 있는 곳 :: 도쿄 카구라자카(神楽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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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구라자카神楽坂. 어떤이들에게는 아라시의 니노미야가 나온 드라마의 배경으로, 어떤 이들에게는 일본 전국에서 유일하게 페코짱야끼를 판매하는 동네로 알려져 있지만, 나에게는 무언가 아주 멋지거나 특별한 곳은 아니었다. 그저 회사 갈 때 타고가는 토자이센東西線이 서는 역들 중에 하나였달까. 그래도 그 전국 유일의 페코짱 야끼를 맛이 늘 궁금했던터라, 조용한 동네 산책도 해 볼겸 다녀왔다.





280엔에 판매되고 있는 스모선수 장식품. 손으로 얼굴을 그려 넣은 것인지, 잘 보면 하나하나 표정이 조금씩은 틀리다.



올라가는 언덕에 있던 골동품 가게의 물건들은, 낡았지만 레트로한 느낌이 물씬


역에서 나오면 바로 그렇게 가파르지만은 않은 언덕이 보인다. 카구라자카의 자카(언덕)가 일본어로 언덕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일본 지명의 수 많은 자카, 혹은 사카가 들어가는 곳은 언덕에 위치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언덕을 따라 양 옆으로 늘어선 가게들과 그 앞에 놓여진 물건들은 반짝반짝 새 것은 아니지만 특유의 맛이 있다. 





언덕을 따라서 올라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가게들은..


소박하게 멋을 내고 손님들을 기다린다


언덕은 그렇게 가파르거나 하지 않다. 평소 걷는 것보다는 조금 더 발끝에 힘을 실는 정도. 신주쿠나 시부야처럼 높고 큰 건물들이 있기보다는 자그마한 가게들이 밀집되어 있는 편이다. 






특정한 신을 믿는 일본이 아니기에, 신사나 절을 들릴 때마다 어떤 신을 모시는지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그렇게 가게들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언덕을 올라가다보면 중간즈음 비샤몬텐 젠코쿠지毘沙門天 善国寺를 만나게 된다.이 곳은 일본의 민간신앙으로 내려오는 칠복신 중에 하나인 '비샤몬텐'을 모시는 곳으로, 고대 인도에서 신앙을 받던 재물의 신이라고한다. 





어딜가도 소원을 적는 에마絵馬는 늘 빠지지 않는다


그나저나...왠 쟈니스팬들이 이렇게 몰려왔나.


아라시가 하는 레귤러 방송들에서 이 곳을 소개라도 한 것일까? 여타의 신사들과는 달리 이 곳은 유난히도 아라시에게 남기는 글들이 많았다. 아마도 아라시의 한 멤버인 니노미야 카즈나리가 주연을 했던 드라마속 배경이 이 곳 카구라자카였기 때문은 아닐까? 아직 그 드라마를 보지 못한지라 어떤 식으로 카구라자카가 그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동행했던 이의 말에 따르면 '매우 정적이고, 옛날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그런 곳' 으로 그려졌다고 한다.







그럼, 그런 곳은 어디에 숨겨있는걸까. 한번 찾아 나서 보자.

미리 챙겨온 카구라자카 지도는(역에서도 얻을 수 있다) 의외로 쓸만한 것이라서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특별한 길로 안내를 제대로 해 준다는 것이다. 언덕을 따라서만 움직이면 카구라자카의 매력을 100% 느낄 수가 없다. 과감하게 골목길로 들어서보자. 이리저리 헤메다보면 돌이 깔린 길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가 제대로 된 카구라자카다. 






카구라자카는 옛날 게이샤들이 많이 살던 곳으로 예술과 유흥의 마을로 유명했던 곳으로 이 멋진 골목길을 걷다보면, 정말 멋진 기모노를 차려입은 게이샤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왠지 두근두근한 기분이 들었지만 아쉽게도 그녀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차 마시던 이들의 풍경이 참 여유로워 보였던 카페


오키나와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가게. 이국적인 외관이 이쁘다


가게 앞에 세워진 카구라자카 지도를 보면서 다시 한번 어디로 발길을 옮길지 고민해본다


또한 골목길 사이사이에 맛있어 보이고 트랜디한 가게가 어찌나 많은지.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면 어디선가 멋진 음악과 함께 흥겹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았다.






떡방아 찍는 토끼가 그려진 곳은 쿄토에서 파는 화장품 가게로 도쿄에는 유일하게 카구라자카에 있다


언덕길을 따라 난 가게들은 소박하고 서민적인 냄새가 났다면, 골목 안의 풍경은 그것보다는 약간 멋을 낸, 그렇다고 화려하지 않은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어느 집 화단에 놓여진 물건 하나하나에서도 세련된 멋이 있는 가게의 간판 하나하나에서도 카구라자의 멋은 느껴진다. 그럼 이제 드디어 그 유명한 페코짱야끼를 만나러 가볼까.





日本でここだけ!일본에서는 오직 이곳에서만!


다른 곳에 세워져 있는 페코짱과는 달리, 볼에는 단팥이 손에는 페코짱야끼가 들려있다


캬라멜, 쵸코렛, 카스타드, 치즈크림, 녹차맛, 단팥..총 6개의 맛으로 한개가 105엔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드디어 페코짱야끼를 사러 간다.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혀를 내밀고 있는 귀여운 여자아이가 보이는 곳. 여기가 바로 후지야다. 전국에서는 오직 카구라자카에서만 판매되는 페코짱야끼는 그 희소성으로 인기가 대단하다.






철제 케이스가 귀여운 페코짱 캔디


페코짱의 이름은 어린양을 나타내는 동물지방의 '베코ベコ'에서 온 것으로, 출신지는 지구상의 어딘가에 있는 꿈의 나라, 나이는 1950년에 태어났지만 영원히 6살이다. 100cm의 신장에 야구와 스카이콩콩, 강아지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로 한 살 위인 보코짱이라는 남자친구가 있다. (정말 디테일하게 페코짱을 설정한 점에서 감탄사가 나온다.)





3개를 구입했더니 종이봉투에 6개를 다 사면 상자에 담아준다


사실..페코짱야끼는 은근 무섭게 생긴듯


단팥맛, 쵸코맛, 카스타드 맛의 페코짱야끼를 사 들고 와서 카구라자카를 생각하며 먹었다. 사실 맛은 그렇게 뭔가 특별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붕어 혹은 잉어모양으로 생기지 않은거지 맛은 쵸코는 쵸코맛이 단팥은 단팥맛이 카스타드는 카스타드 맛이 난다. 그치만 그 모양새가 귀엽고 카구라자카의 추억이 되기도 하는지라 하나쯤 꼭 사 먹는걸 추천하고 싶다.






알고보면 그렇게 멋지거나 특별한 곳은 아니다. 그러나 골목 사이에 숨어 있는 맛집 구경도 좋고, 조용하고 고즈넉한 돌길을 차분하게 걸어보는 것도 좋다. 이번달 도쿄메트로 속의 아라카기유이처럼 비 오는 날에 걸어도 멋진 곳이다. 조용한 도쿄를 느끼고 싶을 때, 숨겨져 있는 또 하나의 도쿄를 느끼고 싶을 때, 카구라자카로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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