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스테이크를 즐기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다
고기가 많은 나라인 호주이다 보니 여기 와서 가장 많이 먹은 것은 첫째도 고기요 둘째도 고기. 그렇게 육식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는데, 웬만한 채소들보다도 싸다 보니 많이 먹게 되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을 굳이 가지 않더라도 스테이크는 쉽게 먹을 수 있지만, 오늘은 예전부터 가 보고 싶어했던 패밀리 레스토랑에 식사하러 갔다. 한국에도 있는 시즐러Sizzle가 바로 그곳.
호주에서는 간혹 이렇게 옷을 제대로 입어달라는 문구가 붙은 카페나 식당을 보곤 한다
사실 레스토랑을 하루 전날에 찾아갔지만, 문 앞에 쓰인 이 글을 보고 다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옷차림을 깔끔하고 케쥬얼하게 입어달라는 문구와 함께 신발은 꼭 신어 달라는 것. Footwear Must be worn을 신발도 제대로 신어야 한다고 이해한 나는 쪼리는 입장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돌아섰는데, 다시 보니 '맨발로 다니지 말라'라는 의미로 해석될 것 같다. 조금 이해 안 되는 일이지만, 호주에서는 맨발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영어 시간에 배웠던 주문하기는 저 멀리~
안내데스크는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으로 반긴다. 바로 옆이 샐러드 바라서 더욱 그러한 듯한데, 저녁 시간에 찾아갔지만, 쇼핑몰센터 안의 레스토랑이다 보니 그렇게 많지 않은 사람들이 식사하고 있었다. 당연히 자리부터 안내받았던 것과는 달리 무엇을 먹겠느냐는 질문을 대뜸 물어와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이곳은 선불제였고 주문받는 직원의 영어는 너무 알아듣기 어려웠다. 아. ㅠㅠ
깔끔한 인상의 시즐러, 현재 특별한 디너 행사중
딱히 날을 맞추어서 갈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어떤 메뉴가 있는지 사전에 홈페이지를 보니 9월 19일까지 $23.95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메뉴가 있었다. 메인 메뉴(스테이크 혹은 새우튀김) 하나에 한번 이용할 수 있는 샐러드 바와 무제한 음료로 구성된 이 세트는 무제한 샐러드 바만 $25달러인 것만 봐도 충분히 매력적인 메뉴다. 여기에 $5를 추가하면 샐러드 바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니 한국의 패밀리 레스토랑과 비교해도 저렴하게 느껴진다. (물론 환율을 적용하면 다를수도.)
디너스페셜 2개와 $5를 추가하여 오늘의 저녁은 총 $52.90이다
우쿠와 나는 이 메뉴를 주문하고 우쿠만 $5를 추가하여 샐러드 바를 무제한으로 바꾸었다. 이런 곳에서는 많이 못 먹는 체질인지라 One trip(접시에 한 번만 담을 수 있는 것)으로 선택했는데, 역시나 매우 잘한 선택이었다.
약간 밍밍한 느낌의 치즈토스트
One trip용 접시
무제한용 접시
험난한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 다른 디자인의 접시와 치즈토스트를 직원이 가져다주었다. 조금 더 크고 색이 들어간 접시가 샐러드바를 한번 이용하는 접시, 조금 작은 무지 접시가 무제한용 접시란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번을 먹는지 세 번을 먹는지 전혀 못 알아차리지 않을까란 생각도 살짝 해보았지만, 어쨌든 우리는 약속대로 잘 지켜 맛있게 먹었다. 물론! 우쿠의 무제한 접시에 몇 번이고..
다양한 메뉴, 무엇부터 먹으면 좋을지...
샐러드바는 '샐러드'의 종류가 좀 많다는 것과 '고기'는 그다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다르다면 달랐다. 한국에서 가보았던 레스토랑들에 비하면 종류 수가 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결같이 맛있는 메뉴들인지라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는 정도였다. 게다가 뷔페나 샐러드바에 약한 나에겐 이것만으로도 아주 충분!
시즐러 메뉴 미리 보기 : http://www.sizzler.com.au/menu
한번의 찬스! 가득가득가득 담아라!!!!
한 접시에 다양한 음식들을 가득 채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담고 또 담아왔다. 이후에 우쿠빵의 접시로 몇 번이고 왔다갔다하면 되기에 무리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왠지 기분에서는 가득 담아야 할 것 같았달까. 이래놓고도 다 먹지 못하고 남겼으니 많이 먹는 편이 아닌 사람들에겐 One trip으로 해도 충분한 양이다.
메인메뉴 첫번째는 럼프(우둔살) 스테이크
두번째는 새우튀김
이윽고 메인메뉴도 나왔다. 똑같은 것 보단 서로 다른 걸 하나씩 시켰는데, 가격면에서도 맛에서도 스테이크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미디엄으로 잘 구워진 고기에 허니 바베큐소스를 찍어 먹으니 역시 호주는 고기라는 생각이! 해산물이 비싼 나라이기에 자주 먹기 힘든 새우튀김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스테이크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느낌.
뭔가 이건 한국식인 것 같기도 하고;
음료는 기본적인 콜라, 사이다 외에도 정체 모를 크렌베리 음료까지 갖추어져 있고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지만, 나는 오렌지 쥬스 한 잔밖에 마시질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아쉬운 듯; 배부르게 밥을 먹고 마지막으로 커피와 차를 각자 마시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직원이 민트 사탕을 챙겨다 주었다. 끝까지 신경 써주는 세심함이 참 마음에 들었다.
영업시간은 오후 9시까지인데 8시가 넘어가니 사람들은 이미 집으로 돌아갔다. 레스토랑 내에는 우리를 포함해서 3~4테이블만 남아 왠지 집으로 가야 할 것만 같아져 버렸다. 호주에서 처음 찾은 패밀리 레스토랑. 24달러에 배부르게 먹은 것도 좋았지만, 앞으로 호주에서 해 나가야 할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더욱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