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가 아닌 고.래.였다. 큼직한 고래.
호주에서 6개월간의 어학연수를 하며 기억에 남는 일들 중의 하나라는 마스터 동생의 말에 흥미를 느껴 시티에 있는 인포센터에서 고래 투어를 과감히 신청했다. 수족관에서 봐 오던 그 예쁜 돌고래도 아니요, 책에서만 코끼리 아저씨랑 결혼했다던(!) 그 고래. 얼마만큼의 크기인지도 모르고 그저 자그만 TV 브라운관으로 크다라고 생각한 그 고래를 보기 위해 우리는 골드코스트로 향했다.
브리즈번을 방문하는 여행객이라면! 브리즈번 인포센터 : http://sinnanjyou.tistory.com/119
개인적으로는 일몰시간을 추천한다!
골드코스트에서 고래를 볼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두 번으로 오전과 오후로 나뉘는데, 골드코스트의 멋진 일몰 또한 덤으로 즐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오후로 예약을 마쳤다. 오후 1시 30분부터 보딩이 시작되고 오후 5시 30분이면 돌아오는 꽤 긴 시간의 투어다. 가격은 성인 1인 95달러로 절대 저렴하다고는 볼 수 없었지만! 인생에서 고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기회는 흔치 않은지라 과감히 신청했다.
고래 투어 홈페이지에서도 예약할 수 있다: http://www.whalesinparadise.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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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코스트는 브리즈번에서 트레인으로 1시간 정도, 차로는 40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는데 오후 1시 30분까지 배를 타는 장소로 가기 위해 우리는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오전보다 오후 투어가 좋은 점은 시간적인 부분에 여유가 있게 느껴지는 점이다. 우리가 타는 선착장은 건물의 뒤편에 있어서 바로 찾아보기는 어려웠지만 지나가는 푯말 등으로 무리 없이 찾아갔다.
도착했을 때 보딩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선착장에는 두 종류의 배가 있었는데, 하나는 고래 투어를 위한 하얀 배였고, 또 다른 하나는 골드코스트의 바다를 빠른 속도로 달리며 즐길 수 있는 빨간 배였는데 우리는 하얀색 배를 탔다. 고래 투어에 대한 기대감 가득한 사람들 얼굴을 보니 설렘이 한층 배가 되는 기분!
센스있는 설명을 하던 스텝과 우리의 단체 사진을 찍어 주던 스탭
보딩은 예약한 시간과 예약자의 이름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이 났는데 혹시나 ID검사도 있을까 싶어 여권까지 바리바리 챙겨 간 것이 무색할 정도로 보딩과정은 매우 간단했다. 스텝의 인사를 받으며 배에 올라타자마자 다른 스탭에 의해 갑판 위로 안내되었다. 이유인즉슨 단체 사진을 찍어주기 때문인데 일종의 무료 서비스인가 싶어 찍긴 했지만, 후에 배에서 내릴 때 이 사진을 인화해서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판매를 했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라도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의 배. 배를 타는 건 실로 오랜만이다.
고래를 보러 떠나는 배는 그렇게 큰 편은 아니다. 이미 먼저 올라탄 사람들은 고래를 더 쉽게 보기 위해서인지 바깥쪽에 많이 앉았는데, 우리 일행은 작은 방이 아늑해 보여 그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방엔 작은 싱크대와 테이블이 놓여 있어서 투어 회사 쪽에서 준비한 간단한 과자와 차를 마시기에도 편안했다. 근데 나중에 보니 이곳은 '격리실'이라고 느껴졌는데, 이유는 다음 편에 설명!
맛있어서 더 먹고 싶었던 과자와 간단한 차
배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과자와 음료는 배를 채울 수 있을 만큼의 양은 아니기에 미리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와서 다행이었다. 그나마 이 과자를 우리가 제일 먼저 발견해서 마음껏 먹을 수 있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동이 났다. 개인적으로는 이 과자가 맛있어서 집으로 돌아온 후 슈퍼에서 똑같은 과자를 찾아다녔다.
이 외에도 준비된 과자와 차 외에는 직접 돈을 내고 먹어야 하는데, 감자 칩이나 탄산음료, 그리고 맥주가 그것이다. 그러나 가격이 특별히 저렴하거나 한 것도 아닌지라 사 먹거나 하진 않았다. 물론 맥주는 제외하고. ^^
이윽고 배가 출발하고 우리는 짐을 내려놓고 배 갑판 위로 올라갔다. 어디선가 영어로 소리가 들려온다 했더니 배 2층에서 우리를 반겨주었던 스텝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보였다. 문득 2층에서 구경할 걸 그랬나 싶었지만, 배가 속도를 내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1층이 나에게 딱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배가 바다를 빠져나가기 전에는 느린 속도로, 골드코스트 주변의 풍경을 둘러볼 수 있으니, 배 안에 있기보다는 갑판 위에 올라서서 직접 풍경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양쪽으로 늘어선 집들은 하나같이 같은 생김새가 없고, 정면으로 보이는 커다란 빌딩은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니 말이다. 자신들만의 특징을 살려 만든 집들은 하나같이 멋지기만 하다.
성룡이 주인이라는 집과 개인 헬기장이 있던 집
2층에서 마이크를 들고 계속 센스있게 설명을 하는 아저씨의 말을 내가 100% 다 알아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그러기엔 내 영어가 무척이나 짧아 같이 간 우쿠에게 확인을 해야 했는데 그와 중에!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던 재키찬의 이야기! 건너편에 보이는 집이 성룡이 그의 어머니를 위해 마련한 집이라며 지붕 모양이 양쪽으로 점프대처럼 생겨서 심심할 땐 성룡이 여기서 논단다. 물론 농담이겠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정치인이나 배우들이 별장처럼 이용하는 멋진 집들이 늘어서 있다.
개인이 이런 요트를 들고 있다는 건 언제봐도 놀랍다
양쪽으로 늘어선 멋진 집들을 지나고 나면 더욱 넓은 바다로 향한다. 아까보다 한층 탁 트인 시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얼굴 가득 느끼며 멀리 보이는 높은 빌딩과 정박하고 있는 많은 요트를 사진으로 담았다. 골드코스트가 휴양지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풍경이다. (아쉬운 것은 깜박하고 단렌즈만 챙겼더니, 100% 마음에 드는 사진을 못 찍었다.)
맥주 한 병에 10달러로 비싸다
일행 중 한 명이 배에서 파는 맥주를 사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배 위에서 마시는 맥주는 지금까지 먹은 것과는 다른 맛! 흘러가는 바닷물결과 반짝이는 햇살,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맥주. 이 멋진 조합은 삶의 여유와 행복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 행복한 순간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런데!! 잠시 후에 이 행복이 깨어지는 걸 느끼며 '아, 맥주를 마시면 안 되는 거였구나.'라고 깨달았다. 왜일까? (다음 편에 몰아서 설명하리라.)
어쨌든 그전까지는 이 여유로움을 최대한 느끼고 또 느꼈다. 배 갑판에 앉아 바다를 향해 발을 쭈욱 뻗어보며 발끝에 닿을 듯 닿지 않는 파도를 느끼며 곧 만날 고래에 대해 상상을 해 본다. 드넓은 바다에서 그 큰 꼬리로 우리를 향해 반겨줄 그 모습을 말이다. 잠수했다가 나오며 뿜어낼 물기둥도 까맣고 커다랗지만 반질반질할 것 같은 고래의 모습도 직접 내 눈으로 본다니 설렘이 빨라지는 배의 속도만큼 높아져 갔다.
이윽고 안내 방송에서 배가 빨라지니 안으로 들어오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고래를 만나기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우리는 고래를 만날 수 있을까? 설마 오늘 보지 못하는 건 아닐 테지? 설렘만큼이나 약간의 걱정도 들었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고 흔들리는 배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과연 우리는 고래를 만날 수 있었을까? 다음 편 이야기를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