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시티 중심을 걷다가 우연하게 발견한 '크리스마스' 쌀쌀한 기운을 동반한 봄이 변덕스럽게 여름으로 변했다가 돌아왔다가 하는 이상 기온인 멜버른에서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다는 것은 사실 체감 상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 날 저녁, 저녁을 먹으러 부지런히 식당을 찾아가는 길.. 우연히 발견한 백화점 쇼윈도에서 문득 크리스마스를 느낀다.
영국의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롭 스코튼Rob Scotton의 'Russell's Christmas Magic'이란 동화 내용을 쇼윈도 하나하나에 재현해 놓은 이 쇼윈도는 음악과 조명이 어우러져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말그대로의 '마법'을 부리고 있었다.
Russell's Christmas Magic
눈덮인 Frogbottom Field의 크리스마스 전날밤, 모든 양들은 깊은 잠에 빠져있는데, 주인공 Russell만 깨어있습니다.
나무 등불에 불을 켤때 뭔가가 떨어져 등불이 다 꺼집니다. 크리스마스를 망쳤다고 투덜대는 Russell은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찾으러 나섭니다. 그곳에는 작고, 뚱뚱한 긴 수염을 가진 산타가 사슴과 함께 썰매에서 떨어져 있습니다. 산타는 썰매가 부숴지고 크리스마스 마법이 풀려서 보여서는 안되는 자기들이 보인다고 크리스마스가 취소될거라고 하지만, Russell은 연장상자를 가져오고, 눈을 파헤쳐 낡고 쓸모없게된 차를 이리저리 조립해 만져서 정말 멋진 빨간 썰매차를 만들어 냅니다. 그 썰매를 타고 Russell과 산타, 사슴들은 전세계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하러 갑니다. Russell덕분에 크리스마스가 취소되지 않고 Frogbottom Field의 다른 양들도 역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됩니다. 물론 주인공 Russell도 나무 위 등불을 밝게 비춰줄 작은 구슬을 선물로 받고 산타와 이별을 하게 됩니다.
[yes24 제공]
남반구에서 맞이하게 되는 첫 크리스마스는 어떤 느낌일까.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해 줄 다양한 아이템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지만, 두꺼운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도 살포시 내린 눈도 호주와는 동떨어진 느낌이란 생각이 든다. 눈 대신 비가 오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그래도 포근포근한 동화 속 분위기를 보고 있다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 어째서 크리스마스는 그 이름만으로, 그 분위기만으로도 이렇게 설렌단 말인가. 산타클로스가 더는 나에겐 선물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란 것을 뻔히 잘 알면서도 말이다. 내가 받고 싶은 선물 목록을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도 아닌데. 쩝.
아마도 이번 크리스마스는 일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호주는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 일하면 조금씩 시급이 더 올라가기 때문에 공휴일인 크리스마스에도 일하면 평소와 달리 돈을 잔뜩(?) 벌 수 있는 솔깃한 유혹! 물론 다른 사람들이 일하지 않으려 해서 나에게만 일이 잔뜩 몰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요 예쁜 쇼윈도를 보면서도 '크리스마스에도 일해야겠군..'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어쩔수 없는 워홀러가 아닌가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선물이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던 그 순간부터 나는 어른이었을지도?! 여하튼 쇼윈도의 구석에 있는 귀여운 개구리까지 다 보고 나서 내가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 식당 찾아 가던 길이었지..
혹시나 누군가 멜버른 여행 계획이 지금 있다면, 시티 한복판에 있는 MYER에 꼭 들려서 이 예쁜 동화 속 세계를 체험하면 좋을 듯. 정확히 언제까지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크리스마스가 오려면 아직도 시간은 많이 남아 있으니까. 아름다운 조명과 효과음이 어우러진 이 동화를 보고 있으면 산타클로스가 가져다줄 선물을 기대했던 그 시절 마음이 다시 생각날지도. 음.. 산타할아버지 제 선물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