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달달하게
호주 멜버른 초콜릿 전문점 코코블랙 Koko Black
그런 날이 있다. 너무나도 당(糖)이 땅기는 날 말이다.
호텔 일로 육체노동이 심하던 그때도 그랬다.
피곤하니 당연히 단 음식이 먹고 싶어지고 그렇게 시작된 '단것에 대한 열정'은
멜버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초콜릿 투어로 이어졌고, 돈을 내고 따라다니는 투어를 하기보다는
직접 그 루트에 있는 가게들을 찾아가서 먹는 게 훨 이득인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 선택은 옳았다.
첫 번째 카페에서 당 보충을 한 이후 더 이상의 당은 필요 없게 되어버렸기에 투어를 했다면 많이 아까웠을 듯.
정말 예상보다 더 달았다 그 날의 초콜릿들은.
사실 멜버른이 초콜릿으로 유명할 줄은 몰랐다. 그냥 스쳐 지나가던 가게들이 유명한 초콜릿 가게였던 것도.
출발 전에 투어 루트를 살펴보고 찾은 곳 중에서 (먹는 것에 대한 열정으로 공부를!)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그렇게 스쳐 지나가던 가게 중의 한 곳 코코블랙Koko Black이다.
총 9곳의 코코블랙 매장 중에서 찾아간 곳은 이전의 포스팅에도 소개한 적 있는 라이곤스트리트Lygon Street.
멜버른 시내 중심에 위치한 때깔 고운 가게에서 먹고 싶었지만, 예상과 달리 토요일엔 영업하지 않았다.
그런 아쉬움과 우려를 하고서 찾아간 곳에 문이 열려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멜버른에서 만나는 이탈리아, 라이곤스트리트 : http://sinnanjyou.tistory.com/174
들어서는 순간부터 달콤한 냄새가 난다.
초콜릿 색으로 고급스럽게 인테리어 한 매장 내부에는 곳곳에서 풍겨오는 단 내음이 당이 모자란 내게 어찌나 달콤한지.
자연 반사적으로 입안에 침이 고이는 건 당연한 일이고 머릿속에서는 이미 초콜릿이란 단어가 가득 찼다.
오. 저에게 어서 초콜릿을 허락하소서.
코코블랙에서 파는 초콜릿은 모양도 크기도 다양하다.
당연히 먹어야 하는 것을 고르라면 조그만 수제 초콜릿들이겠으나 오늘은 많은 양의 당을 원해서 포기.
시중에서 파는 가나다라 초콜릿, 알파벳 초콜릿을 먹는 워홀러에게 이렇게 예쁜 한입 크기의 초콜릿은 조금 비싼 것도 사실이다.
작은 초콜릿 중에서 가장 맛을 보고 싶었던 오렌지에 담근 초콜릿만 하더라도 1.95 호주달러다.
물론 마냥 비싸게 느껴지는 초콜릿만 있는 건 아니다.
예쁜 발레 소녀와 꼬마 병정 판 초콜릿이나 호주를 대표하는 캥거루와 코알라 초콜릿은 선물로 꽤 괜찮은 가격이라
여행을 왔다면 선물로 사도 좋을 법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까워서 못 먹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든 오늘의 목표는 '당 보충'이기에 메뉴를 꼼꼼히 읽어보고 먹고 싶은 걸로 골랐다.
코코블랙은 간판 밑에 쓰인 디저트 라운지 Dessert Lounge란 말처럼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음료와 간식을 파는데
절친 우쿠와 고심 끝에 내린 메뉴는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핫초콜릿, 초콜릿 과자다.
딱 봐도 느껴지지 않는가. 이것은 매우 달아요..라는 것이.
보이는 만큼 달다. 각각의 메뉴명에 '초콜릿'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았던 것 만큼 달다.
초코 아이스크림 위에 판초콜릿이 그리고 그 위에 초콜릿가루까지 뿌려놓은 삼단 초콜릿.
초콜릿을 정말 그대로 녹여서 만든 것 같은 깊은 단맛의 핫초콜릿.
그리고 쫀득쫀득한 찹쌀로 만든 것 같은 초코와 깨로 이루어진 과자까지.
원래 계획대로라면 코코블랙을 맛보고 나서 다른 유명한 초콜릿 전문점을 더 둘러볼 계획이었는데
사진에서 느껴지는 단맛만큼 충분한 당이 몸 속으로 들어오자 나의 뇌는 '포기!'라는 단어를 내뱉게 만들었다.
몸을 달달하게 만든 후 집으로 돌아가려니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어 판 초콜릿을 하나 골랐다.
같이 사는 마스터동생에게 선물로 갈 초콜릿. 포장 종이사이로 초콜릿 냄새가 베어 나와 기분도 행복해졌다.
비록 예상보다 더 빨리 초콜릿 투어를 마칠 수밖에 없었지만, 충분히 행복한 만큼 먹었으니까 만족!
다음에 또 다른 초콜릿 투어를 기획해 보는 걸로!
'의학적으로는 많은 양의 당을 섭취하면 뇌에서 세로토닌이 분비되면서 행복함을 느끼게 되지만,
그 양이 많아지면 끊임없이 당을 원하는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미 먹을 만큼 먹었는데 이런 글을 보다니. 털썩.
수제초콜릿 전문점 코코블랙 KoKo Black
http://www.kokoblack.com/
1. 여행으로 갔을 때는 내가 간 Calton점보다는 Royal Arcade점이 좋다.
아케이드 자체도 볼거리가 많고, 시내 중심에 있어서 이동도 편리하기 때문.
2. 평일과 달리 주말은 영업시간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미리 확인할 것.
1%의 소소한 이야기 : 진짜 달다.
이 글은 2012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의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기간에 담겨진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