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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린고비 스타일로 보는 호주 F1 그랑프리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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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번 봤다가 머릿속의 기억 한번 떠올렸다가..
자린고비 스타일로 보는 2013 F1 호주 그랑프리 대회


내게 멜버른은 한국에서 하지 못한 다양한 경험은 안겨준 곳이다. 
물론 그 경험만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꽤 특별한 추억을 많이 쌓았다.
그중 하나가 평소에는 접하지 못하는 스포츠 경기를 볼 수 있었다는 것으로
이전에 포스팅한 적 있는 세계 4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호주 오픈을 본 것 또한 (경기장은 아니었지만) 처음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이것 또한 스포츠 뉴스의 끝 부분에 한 번 씩 그 이름을 듣곤 하는
한국에서만큼은 그 이름을 자주 들을 기회가 없는 F1(Formula 1 포뮬러 원)이다.


관련포스팅 : 페더레이션 광장에서 호주 오픈을 보다




내게 F1을 알려준 것은 KBS에서 방영되던 애니메이션 '영광의 레이서'다.
학교 마치고 집에 와서 늘 본방사수를 하던 그 방송은 F1을 토대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었기에
어느 정도의 '상상'이 섞이긴 했지만, 그래도 어린 나이에 저런 자동차 경주가 있구나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거기서 미하엘 슈마허의 이름을 알게 되기도 했고. ㅎㅎ




그래서 F1 경기가 멜버른에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연습경기라도 가볼까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이 귀족스포츠는 내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푯값이었던지라 
도저히 가난한 워홀러에겐 엄두가 나지 않아 TV에서 보는 걸로 만족할까 하던 차였다.



▲ 공짜라니! 공짜라니!!


그런데 웬걸. 총 4일간의 경기 기간 동안 오직 첫째 날은 'Heritage Day'로 입장은 무료라는 거다.
여기서 입장이 무료라는 건 지정된 좌석은 돈을 내야하고 그 외의 공간을 구경하는 것은 괜찮다는 것.
물론 이날은 실제 경기는 이루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차에 이상이 유무를 확인하는 테스트 주행이나
옛날 F1 경기에 실제 달렸던 할아버지 차들이 주행하는 프로그램 등이 있어 재미있겠다 싶어 바로 예매했다.




멜버른에 위치한 알버트 파크가 이런저런 F1 관련한 것들을 둘러본 곳.
늘 느끼지만, 이런 도심 속에 멋진 공원을 조성해놨다는 건 호주의 축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공원을 주변으로 강줄기를 타고 멜버른을 달리는 F1 차들을 상상하면 캬~ 정말 멋지지 않은가.



▲ 아직도 이 차들이 도로를 주행할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경기장을 왔다갔다하며 둘러보다 내 시선을 뺏은 것은 오래된 자동차들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브리즈번에선 아예 이런 빈티지한 차들만 모아놓은 전시장을 다녀오기도 했었는데 
그때도 느꼈지만, 차주들은 정말 오래된 차를 얼마나 아끼고 관리를 잘했는지 아직도 엔진이 깨끗하고 소리도 쌩쌩하다.



▲ 오늘의 비교체험 유료석과 무료석


한창 빈티지 자동차의 디자인과 그 상태에 관해서 감탄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굉음이 들려왔다.
빈티지 자동차가 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소리, 공간을 쩌렁쩌렁 울리는 그 소리를 듣고
F1 자동차가 시험 주행에 나섰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나는 자동차를 찾기 위해 달렸다.

아 그런데 도대체 어디인지 분간이 안 된다. 도대체 어디지? 어디지?
소리는 사방팔방에서 들려오고 있으니 말이다. 경기장을 뱅글뱅글 돌고 있으니 그것도 당연한 것.




그렇게 겨우 차가 달리는 장면을 볼 수 있었던 곳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이 단순한 이치로 그다음부터는 조금 더 편안하게 달리는 F1 경주차를 볼 수 있었다는 것.

한가지 짚고 넘어야 가야 하는 것은 이렇게 두 눈으로 본 경주차들을 실제로 찍는 걸 불가능했단 것이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맨눈으로 보는 것도 만만찮게 힘든 상황에서 들고 있던 카메라론 실력이 부족, 공간도 협소.
그렇게 눈으로만 열심히 쫓아 달리고 차의 형태는 홍보부스에서 봤던 것으로 대신 상상(!!)했다.
이것이 바로 자린고비 스타일의 F1 감상법이 아닌가!


관련 포스팅 : 3월, 멜버른에 F1이 온다



▲ 알론소, 키미, 베텔이 내가 아는 F1 선수


굉음을 뒤로하고 다시 구경에 나섰다. 

F1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에겐 하나같이 이건 무엇인가 이 사람은 누구인가 끝이 없는 의문을 연속.
그래도 자잘한 사전 지식으로 몇몇 선수들의 이름과 그 프로필을 보면서 즐겼다.
이름을 모를 땐 선수 얼굴을 보면서. 아, 다들 훈훈해.

나중에 대회가 끝난 후에 보니 이렇게 구경 갔던 2013년 호주 그랑프리의 결과는
1위가 로터스의 키미 라이코넨, 2위는 페르난도 알론소, 3위는 세바스찬 베텔이더라는.
내가 보고 찍어 온 3명이 순위에 다 들어간 걸 보니 스포츠 토토라도...(음?)




한편에는 유명 F1팀들의 기념상품을 마련된 곳이 있었다.
경기를 구경하는 곳 외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던 곳이 이런 부스로
옷도 모자도 인형, 헤드셋(굉음방지용)까지 다 마음에 들었지만, 워홀러에겐 역시 무리. 
오늘의 컨셉인 '자린고비 스타일'에 잘 맞추어 눈으로 마음껏 입어 보고 사 보았다. 좋은데? ^^




내가 F1에 관심을 가졌을 때가 페라리에 있던 미하엘 슈마허가 최고 전성기일 때였다.

그의 이름은 앞서 이야기한 영광의 레이서와 함께 스포츠 뉴스 끝 부분에 늘 나왔기 때문에.
그래서 F1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 내겐 미하엘 슈마허란 이름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가 한 번의 은퇴를 하고 다시 메르세데스 벤츠로 팀을 바꾸고 돌아왔을 때 어찌나 반가웠는지.

그와 달리 같이 갔던 동행인에게 F1은 세나라고.
난 그 이름을 잘 몰랐기 때문에 두런두런 그렇게 자신이 아는 F1 선수 이야기를 하면서 경기장을 둘러봤다.
브라질 출신의 최고의 F1 선수가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는 그 순간의 이야기까지 
한 편의 영화같다는 생각을 했더니 정말 영화로 그의 이야기가 만들어져 있더라.





▲ 영화 '세나' 예고편과 EBS 지식채널 '미하엘 슈마허'편


물론 세나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미하엘 슈마허는 다시 은퇴하며 더 이상 경기를 하지 않는다.
그래도 참 재미난 이야기인 것은 그래도 F1의 이야기를 꺼내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전설을 이야기하게 되는 것.
분명 또 다른 이의 기억에 F1은 다른 이름으로 기억될지 모르는 일. 




그렇게 경기장을 둘러보고 나가려고 하는데 문을 지키는 스탭이 다시 돌아올 꺼냐고 물어본다.
음..글쎄, 다시 올지도 모르지. 대략 그런 식으로 설명하니 손등에 찍어주는 도장.
이 도장이 있으면 다시 경기장 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인다.

폴포지션. POLE POSITION.
F1에서 예선 1위 한 선수가 차지하는 가장 좋은 앞자리를 의미하는 건데 이렇게 손등에 받을 줄이야. 
무언가 별것 아닌 확인도장인데도 F1 경기와 잘 어울려 웃음이 절로 났다. 저 1위 한 건가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손을 잡고 걸어가는 부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F1 경기는 이렇게도 세대를 불문하고 인기 있는 스포츠였구나 싶어지고
아빠의 손에 들린 헤드셋과 가방에 챙겨 넣은 물통이 귀엽게 보여서 나도 모르게 미소 지었던 것 같다.

사실 이들이 좋아한 것에 비해 F1에 대해 잘 알지도 그만큼 관심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날만큼은 굉음을 내며 달리는 차를, 그리고 그런 차를 보면서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같이 흥겨웠다.
그리고 실제 경기는 이것보다 배는 흥분되겠지란 생각을 하며 언젠간 자린고비 스타일이 아닌,
또 다른 나라에서 실제 경기를 제대로 보는 상상을 해본다.


덧_ 문득 한국에서 하는 F1경기를 가장 쉽게 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검색을 해봤더니
안타깝게 전남 영암에서 펼쳐지는 코리아 그랑프리는 내년 유치가 무산되었다고. 아이코.



[내년 봄에 있을 호주 그랑프리를 보고 싶은 분들은?]
2014 F1 호주 그랑프리 : http://www.gpadvantage.com.au/



이 글은 2012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의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기간에 담겨진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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