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맛에 눈을 뜨다, 번쩍!
호주 멜버른 피츠로이에 위치한 빵집 Babka Bakery Cafe
호주 멜버른이 내가 알려준 두 가지 맛이 있다면 그건 '커피 맛'과 '빵 맛'이다.
내게 있어 빵이란 그냥 밥 대신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간식 같은 존재였고 어쨌든 간에 밥보다는 덜한 그런 음식.
그런데! 그런 내가 빵 맛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호주 멜버른에 와서야 말이다.
그 빵은...뭐랄까..
"이게 빵이란 것이란다. 알겠니? 밥순아." 라고 몇 번이고 내 귓가에 속삭이던 그런 맛이었다.
빵맛이 이렇게 좋다란 사실을 알려주었던 그때 그 빵집이 오늘따라 그리워지는 건 왤까.
빵 먹고 싶다, 제대로 된 빵이.
▲ 빵집도 예술적이야!
피츠로이는 내가 사랑하는 동네다. (그럼에도 아직 포스팅을 안한 건 게을러서고.)
멜버른을 느끼고 싶다면 피츠로이를 가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그 동네는 정돈되지 않았지만,
예술가들이 남겨놓은 흔적들로 복고 냄새가 물씬 나던 내가 상상하던 그런 멜버른에 가장 들어맞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이 빵집을 발견하게 된 건 어떻게 보면 참 우연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호텔 일에 지쳐서 당이 떨어질 때마다 우쿠와 나는 맛집을 찾아 헤매었고
이날은 그저 '달달한 빵'이 먹고 싶단 이유로 지나가다 들어가 본 것.
피츠로이에 있는 가게들은 작다.
그래서 더 정감 넘치고 카페마다 개성을 가진 곳이 많다.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커피와 빵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서 손님을 대한다.
프랜차이즈가 가진 세련됨은 없지만, 우리 동네 빵집에는.. 으로 시작할 수 있는 따뜻함이 있는 곳.
이 빵집이 좋았던 건 그래서였다.
▲ 정감있는 손글씨
이곳에선 오직 빵만 팔았던 것은 아니다.
빵을 기본으로 한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고 커피가 맛있는 멜버른답게 맛있는 음료와 커피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난 빵이 먹고 싶었고 이곳은 왠지 빵을 맛봐야 할 것 같단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진열대 앞에 서서 서툰 영어로 오로지 생김새만을 보고 3종류의 빵을 골랐다.
▲ 애플 데니쉬, 아몬드 크로와상, 에스카르고(왼쪽부터 시계 방향순으로)
사실 빵이란 게 별다른 맛이 있겠나 싶어서 본능에 충실해서 달달한 빵만을 선택했다.
과일이나, 잼이 올라가 달콤한 데니쉬, 그냥 크로와상보다 달달하고 쫀득한 아몬드 크로와상,
그리고 그냥 '빵'으로 불렀던 실제 이름은 '에스카르고(달팽이를 뜻하는 불어)'라고 불리는 둥근 빵까지.
▲ 빵님 가라사대, "이게 빵이란 것이란다. 알겠니?"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점점 맛있는 빵집이 늘어났단 사실을 알았지만,
그전까진 내게 빵이란 프랜차이즈인 뚤뤠쥬흐나 빠뤠버궤트에서 한 끼 식사 때우는 용으로 먹었기 때문에
빵을 고르고서도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이건 달랐다. 무.진.장. 맛있었다.
내가 그동안 먹었던 빵은 빵이 아니었구나 싶을 정도로 중추신경계(?)의 모든 감각을 일으키는 그런 맛,
물론 그때 일에 지쳐서 피곤함이 몰려와서 더 궁극의 맛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갓 구워낸 따끈한 빵을 입에 넣는 순간의 그 황홀감은 빵 맛이란 것이 이렇게 환상적이구나를 느끼게 했던 것.
▲ 달달함의 끝판왕
정말 행복했다. 빵을 먹고서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끝내주는 빵집을 찾았다는 것도 행복했고 피로감이 사라질 만큼 맛있다는 사실도 행복했다.
아이스크림과 초콜렛이 들어간 초특급 달달이(평소라면 시키지 않았을;;) 아이스 핫초코까지 곁들이고 나서
빵 천국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면서 집으로 왔던 듯도 하다. ㅎㅎ
▲ 귀여운 반죽 밀대 간판
피츠로이의 가게들은 앞서 말했듯 작아서 앞만 보고 가다간 그냥 놓쳐버릴 수밖에 없다.
오늘 소개한 Babka의 경우엔 공중에 빵을 미는 밀대가 달려 있기 때문에 그나마 알아볼 수 있으면 있달까.
혹은 주말 오전 사람들로 붐비는 가게가 있다면 바로 이 빵집일지도.
요즘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늘어나서인지 다시 당이 막 땡기기 시작했다.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다시 그곳에 가서 커피 한잔, 빵 하나를 사 들고 행복한 기운을 받고 싶단 생각이 든다.
멜버른까지 가는 건 어려울 테고 요즘 한창 인기라는 한국의 빵집 투어라도 나서야 하나란 생각이..
Babka Bakery Café
전화번호 : 03 9416 0091
주소 : 358 Brunswick St, Fitzroy, VIC 03065
운영시간 : 화요일- 일요일 7:00 am - 7:00 pm
1%의 소소한 이야기 : 음료와 빵 모두 3~4AUD(호주달러) 정도였던 걸로.
관련글 : http://www.broadsheet.com.au/melbourne/food-and-drink/directory/cafe/babka
2012년부터3월부터 2013년 2월까지의 호주워킹홀리데이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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