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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푸른 가정의 달 5월입니다. 학부모님의 가정에 평안함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드릴 말씀은 다름이 아니옵고 일에 찌들어 하는 어른이들에게 봄 소풍을 통해 여유를 만끽하고자 합니다.
자녀의 소풍 참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주시길 부탁합니다.
봄 소풍의 계절이 찾아왔다. 5월은 푸르르고 우리들은 자라는. 이런 날들엔 김밥을 싸들고 어디론가 소풍을 가야 한다는 마음이 불끈하고 생겨나 버려, 휴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어린이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어린이날, 아이들 틈에 끼여 도시락을 싸들고 뚝섬에 위치한 서울숲으로 향하였다.
일본에 있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서울은 참 좋아졌다. 서울숲만 봐도 그렇다. 도심에서 이렇게 멋진 곳을 만날 수 있다니, 이거 너무 좋지 아니한가. 일본의 요요기공원이나 이노카시라공원 못지 않은 규모와 시설을 자랑하고 게다가 서울숲에는 사슴도 있다니 정말 매우 좋은 곳이다. 서울숲 만세!
소풍 간답시고 초등학교 때 슈퍼에서 과자 고르던 재미를 되살리며 사과 맛 음료수도 사고, 과자도 몇 개 챙기고. 소풍 당일도 재미있었지만, 역시 내 기억에는 소풍 전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과자를 고를 때가 더 행복했던 것 같다. 단순히 평소에 못 먹던 과자는 물론이거니와 친구들과 나눠먹기에 좋은 과자 등, 그 땐 나름대로 '신중한 기준'도 있었다.
아침부터 일어나 급하게 준비한 어설픈 도시락과 각자 준비한 샐러드와 과자를 꺼내놓는다. 기분 좋게 건배를 외치며, 소풍을 즐기기 시작! 학창시절의 소풍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술'이 없으면 흥(?)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 어쨌든 날씨도 기분도 좋고 술맛도 조오타~!
손수건 돌리기도 보물찾기도 없지만, 낮잠도 자고, 기타를 치기도 하고, 독서를 하기도 하고. 각자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소풍 또한 좋기만 하다. 맛있는 술과 함께 하는 대화들은 마냥 행복하고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웃음소리에 기분이 좋아지는 하루.
오후가 되고, 해가 늬엇늬엇 질 때쯤, 서울숲에 있다는 사슴을 보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냥 사슴도 아닌 꽃.사.슴. 이 꽃사슴은 한동안 구제역 때문에 볼 수 없었다고 하는데, 다행히도 봄 소풍 시즌에 맞춰 다시 등장했다. 사슴의 저 눈망울, 사슴의 저 녹용(?). 전부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래서 꽃사슴이라고 불리는가 보다.
아쉬운 건 사람들이 꽃사슴과 사진을 찍고 싶어서 주변에 있는 꽃이나 풀을 막 뜯어서 철창 앞에 가져다 내민다는 사실이다. 그 풀을 사슴이 먹어도 괜찮은 것인지, 멀쩡한 꽃들을 꺾어가며까지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인지..
처음 가 본 서울숲은 한국에 돌아와서 행복하다는 마음을 가득 생기게 해 주었다. 내가 한국에 돌아온 이유 중의 하나가 한국의 좋은 곳을 더 많이 보고 싶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봄 소풍의 기분을 오래간만에 되살려 본 것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수다를 떠는 것도, 이 소소한 것 모두가 나에겐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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