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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모면하려 하는 말, 불행을 외면하려 하는 말, 오늘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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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웹디자이너이다.

블로그에 개인적인 이야기들은 잘 쓰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잘 쓰질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해 본 적이 없는데, 처음으로 말해본다. 나는 (내 입으로 말하는 게 부끄러울 때도 있는) 웹디자이너이다. 그런데 사실 예전부터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웹이 아닌 편집디자이너로, 종이 냄새를 너무 좋아한다는 점과 내 이름 석 자가 새겨진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편집과는 거리가 먼 쇼핑몰에 입사하게 되면서 '내 이름이 박힌 종이 결과물'과는 거리가 멀어졌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일본에서 귀국하고 회사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에게는 '히치하이커[각주:1]'에 글을 쓸 기회가 찾아왔다. 후배가 일본 출장 올 때마다 한 두 권씩 챙겨와 준 걸로 읽곤 했는데, 그 책자에 직접 참여를 하게 된다는 것은 정말 설레는 일이었다.





이번 29호의 주제는 거짓말. 거짓말을 원체 못하는지라 유난히 글이 못나게 쓰인 것 같다.^^;;  다른 거짓말을 잘하는 분들의 글을 읽고 있자니 내 글이 참 부끄러워질 정도. 그래도 처음은 다 서툰 거니까 다음에 더 멋진 글을 적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내가 쓴 글이 무엇인지는 비밀!) 활자로 찍혀져 나온 내 글은 서툴고 어색하지만 그래도 너무 빛나 보인다.






따끈따끈 한 히치하이커를 받아들고 냄새를 킁킁 맡아본다. (새 책을 받으면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마지막 페이지의 내 이름이 쓰여진 부분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본다. 코끝에는 행복한 냄새가, 손끝에는 행복한 감촉이 묻어난다. 행복하다. 예전부터 꿈꾸던 소원 하나를 이룬 기분. 디자이너로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과는 다른 감격스러움이 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준 편집자(RHEE EUI SUN)님에게 감사함을 이 자리를 빌려 한 번 더 말하면서, 언젠가 정말 내가 포스팅하는 이 글들이 나만의 잡지로 혹은 책으로 만들어지는 상상을 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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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히치하이커 :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텐바이텐의 감성매거진입니다. 한 손에 잡히는 작은 책자에 평범한 이야기와 일상의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히치하이커가 당신에게 소소한 즐거움,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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