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스틸 넘버원!!
부처님 오신 날, 통도사에 가면 무얼 먹을 수 있을까?
경남 양산 통도사에 가다
딱히 종교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니기에 크리스마스에 교회를 갈 일도 부처님 오신 날에 절에 갈 일도 그다지 없었다. 이번에도 황금 연휴의 하루 정도로 생각하면서 흘러가지 않을까 했건만, 올해는 우쿠네 가족과 함께 경남 양산에 있는 통도사를 찾았다. 사람이 많은 곳, 특히 '특별한 날의 특별한 그곳'은 절대 피하던 내가 부처님 오신 날에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절을 찾다니. 이건 정말 '가족이 함께'란 전제가 붙지 않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다.
|초록이 푸르른 5월의 사찰 풍경
딱히 불교신앙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서인지 절은 언제 찾아도 좋다. 내게 절은 옛날 조상들의 역사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란 생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게다가 우리의 조상들은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를 늘 강조하며 건물을 지어왔던 터라 통도사도 5월의 싱싱함을 뽐내는 숲과 함께 어루어지며 근사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 이런저런 물건들을 팔고 있는 부처님 오신 날 기념(?) 시장
영축산림(靈鷲山林)이라고 적힌 문을 지나 절 입구까지 가는 길가에 때아닌 시장이 열렸다. 팔고 있는 물건들에서는 푸근한 시장의 정취가 느껴지고 절을 찾은 이들의 관심을 뺏는다.
▲ 부황은 양쪽 손에 올려두어야 효과가 좋다고 하더라
판매되고 있는 품목은 어찌나 다양한지. 보통 절 근처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은 염주나 자그만 동자승과 같이 불교와 관련한 것들이 많은데 이곳은 오늘만 특별히 열린 이유에서인지 다기, 부황, 청국장, 천연염색의류 등 절과 그다지 관계가 없는 물건들이 대다수였다. 여느 오일장에나 봄직한 그런 건강기능제품들도 있고.
▲ 강원도 태백산에서 온 완두콩과 이거 한번 좝솨봐. 뱃살이 쏙쏙~
실제로 여기서 장을 보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스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따지고 보자면 절을 찾는 사람들의 연령대(?)를 잘 노린 시장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할머니고 아주머니고 분명 불공을 드리러 절을 찾은 이들이었을텐데 판매대 앞에 서서 구경하기 바빴으니까 말이다. 나 역시도 시큰둥한 눈빛으로 두리번 거리긴 했으나 뱃살이 쏙쏙 빠진다는 약초(?)에 잠시 홀린 것도 사실.
▲ 영취산 통도사라고 적혀있다
|남다른 그 사찰, 통도사
통도사는 영남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영축산에 위치한 절이다. 통도사 앞에 붙는 '영축총림'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건만, 해답은 이렇게도 간단하게 풀렸다. 사실 영축산은 인도에서 석가모니가 법화경을 설파했다는 곳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곳으로 이 말고도 한국에는 불교와 관련있는 이름을 딴 산이 몇 곳 있다고. (아울러 총림의 의미는 많은 승려와 속인들이 화합하여 함께 배우기 위해 모인 것을 나무가 우거진 수풀에 비유한 것이라고.)
▲ 해맑은 절오빠들
통도사를 둘러싸고 있는 영축산은 영취산, 취서산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다가 2001년에 이르고서야 '영축산'으로 정리가 되었다. (鷲라는 한자가 발음으로는 '취'지만, 불교에서는 '축'이라고 불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름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니. 여행지를 무작정 둘러보며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조금만 살펴봐도 이러한 뒷이야기가 있어 여행은 더욱 신이 난다.
▲ 여태껏 본 적 없는 다양한 색깔, 형태의 등이 가득했다
이왕 말이 나온김에 통도사 이야기를 몇 가지 더 해보자. 이곳은 다른 절과는 다른 특별한 점이 몇가지 더 있으니 말이다. 절이 그저 절이지 무엇 특별한 것이 있겠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들어보라, 통도사는 정말 특별하다.
1. 통도사에는 석가모니의 사리가 있다.
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시절 자장스님에 의해 지어진 절로 해인사와 송광사와 함께 삼보사찰(三寶寺刹)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통도사는 으뜸으로 손꼽히는데 이곳에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금실로 수놓은 가사(옷)를 모시고 있기 때문. 통도사 창건당시 자장스님이 당나라 종남산 운제사에서 직접 가지고 온 것이라고 한다.
2. 그래서 통도사에는 불상이 없다.
그런 이유로 흔히 절에서 볼 수 있는 불상이 통도사에는 없다. 대웅전에 절을 하러 들어가면 보통 커다한 부처상이 있기 마련인데 통도사에는 없다는 말. 왜 그런것이냐고? 진짜 부처가 있는데 왜 굳이 불상을 모시겠냐는 이야기다.
3. 석가모니의 사리가 있는 금강계단은 그냥 계단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사리는 어디에 있는가. 바로 금강계단(金剛戒壇)에 모셔져 있다. 처음엔 계단에 있단 이야기만 듣고는 금칠을 한 계단인지, 아님 대웅전 올라가는 계단을 말하는 것인지 온갖 계단만 바라봤는데 여기서 말하는 계단은 그런 계단이 아니었다. 종모양으로 생긴 돌단은 이야기 한 것.
▲ 밤에 보면 분명 더 아름다울 연등
여유가 있었다면 금강계단이라든가, 통도사의 창건설화가 담겨있는 연못이라든가 천천히 경내를 다 둘러봐도 좋았건만, 이날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보니 절 구석구석 사람들로 넘쳐났다. 다음엔 경내를 제대로 둘러보기로 하고 오늘은 절을 아름답게 수놓은 연등 구경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흔히 봄직한 연꽃모양 전등부터 황금빛을 띄는 등까지 정말 다양했다.
▲ 많은 이들이 남겨 놓은 소원
절에서 연등을 달게 된 것은 옛날 옛적 어느 가난한 여인이 돈을 모아 바친 부처에게 바친 연등이 다른 등과는 달리 절대 꺼지지 않았는 이야기에서부터 유래한다. 등불을 밝히며 부처에 대한 공양을 하는 그런 의미로 절에는 이렇게 연등이 달리게 된 것인데 이날 통도사에서는 연꽃모양부터 뽀로로 연등까지 정말 다양한 등을 많이 볼 수 있었다.
▲ 가족의 건강을 비는 이들이 많다
올 4월에는 대한민국 모두가 비통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 있었다. 유난히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소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건 그런 이유에서인지도 모르겠다. 절 한편에는 이번 사건으로 떠나간 이들의 명복을 비는 하얀 등이 달려있는 곳도 있었고 나무에 달린 노란 리본은 먹먹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 공양간 굴뚝으로 맛있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렇다면 오늘 포스팅의 제목인 '부처님 오신 날, 통도사에 가면 무엇을 먹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사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다시피 부처님 오신 날 절에 가면 '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 동지와 함께 절에 가장 많은 사람이 공양을 하기 위해 붐비는 날이 부처님 오신 날로 이렇게 찾아드는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동지날엔 팥죽을, 그리고 부처님 오신 날엔 비빔밥을 절에서 내어준다.
▲ 특별한 것이 없어도 어찌나 꿀맛인지
고기가 들어 있거나 계란 후라이가 올라가 있지도 않은 평범한 반찬 몇가지로 이루어진 비빔밥인데도 슥슥 비벼서 한술 뜨면 이게 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과하지도 않고 정갈하고 소박한 맛. 이렇게 먹는 비빔밥은 절을 찾은 모든 이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고 기분 좋게 돌아갈 수 있게 한다.
햇살이 조금은 따갑게 느껴지는 연휴의 하루. 깔아 놓은 자리 위로 커다란 부처 그림이 그려진 앞에서 사람들은 몇번이고 절을 하고 또 절을 했다. 그들 마음 속에 있는 무언가를 향한 소원, 혹은 안식을 찾기 위함 바람들이 그들의 간절한 동작 하나하나에서 베어나오고.. 사람이 많은 절보단 조용하게 풍경 소리 들을 수 있는 절이 좋지만, 이런 날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매너없고 제멋대로인 사람은 있었지만.)
영축총림 통도사
경남 양산 영취산에 위치한 절로 신라 선덕여왕 646년 자장스님에 의해 지어졌다.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으며 해인사, 송광사와 함께 삼보사찰 중 하나다.
홈페이지 : http://www.tongdosa.or.kr/
글쓸 때 참고한 내용들 :
불탑기행(불교신문) : http://www.kbulgy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12
불상 아닌 '부처'를 만날 수 있는 곳(오마이뉴스)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08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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