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가방 지키기, 기념사진 찍기, 그리고 외로움을 견디는 것.
포르투갈 여행을 가기 위해 항공권과 숙소를 예매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근속휴가를 한국이 아닌 나라에서, 조금 멀리 가 보잔 생각에 무심코 지른 일이었다. '혼자 여행'이고 '유럽'이란 곳에 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커지고 있을 때쯤 그 단어를 보고 말았다.
'유럽 소매치기'
가보지 않은 나라에 대한 불안감은 여러 사람의 '소매치기 경험담'이 더해져 혼자 여행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대로 털릴 수 없다(?)는 생각에 소매치기 예방법을 검색하기 시작했으니 그 결과, 어쨌든 나는 무사하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불편할 정도로 오버했다 싶기도.
예방법 하나, 돈을 분리하라
약봉투는 다이소에서 구입
10일간의 여행이기 때문에 현금을 꽤 많이 환전했다. 카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포르투갈에서 소액결제를 카드로 하는 것이 어렵단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 100유로도 잘 받으려고 하지 않는단 이야기도 있었으니, 최대한 작은 단위로 환전했다. 그러곤 하루에 쓸 돈을 나눠 작은 지퍼백에 담았다. 빠질까 봐 클립까지 끼워서.
10개가 넘는 파우치들을 또 한 번 나누어 몇 개는 가방 안 주머니, 몇 개는 파우치 안에, 몇 개는 다른 주머니로 분산했다. 가방이 털리든, 캐리어가 털리든 한 번에 모든 것을 털리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막상 찾을 때 어디다가 뒀는지 못 찾았다.
예방법 둘, 칭칭 감아라
파는 물건이 비싸 대충 만들었다
가방만큼이나 소매치기의 목표가 되는 건 '휴대폰'이라고 했다. 테이블에 올려놓기만 해도 털어간다는 아이템은 한 방송에서 아이돌의 핸드폰을 훔치려는 소매치기를 보고 나니 자연스레 도난당하지 않을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아이폰 7 레드로 바꾼 지 한 달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손에서 핸드폰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으로 '스마트링(스마트폰 고리)'과 '핸드폰 스트랩' 조합이 많았다. 나 또한 이 방법을 선택해 스마트링과 집에 굴러다니던 카드 목걸이 줄을 연결해 여행 내내 손목에 감고 다녔다.
불편하지만 털리긴 싫었다
칭칭 감고 다닌 건 핸드폰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유럽 몇몇 항공사에서는 캐리어를 막 다루어 깨지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기에 캐리어 벨트를 구입해 묶었다. 혹시나 깨지거나 혹시나 자물쇠가 뜯겨 나가더라도 캐리어가 입을 쩍 벌려진 채로 내게 오지 않도록.
묜매에게 빌린 안전가방
지인이 빌려준 가방 또한 꽤 큰 도움이 되었다. 그녀의 유럽여행을 지켜준 안전 가방인데 일반 가방과는 달리 가방 지퍼마다 자물쇠용 홀더가 달려 있단 점이 좀 달랐다. 고리 중에서 돈이 들어있거나 손이 닿기 쉬운 부분엔 조그만 자물쇠도 달아서 사용했는데 그래서인가 소매치기들이 좋아하는 백팩(!)임에도 안전했다.
예방법 셋, 무조건 내 곁에
리스본, 데스티네이션 호스텔에서
리스본에서 포르토로 가는 기차 안에서
결국, 가장 좋은 것은 그저 짐과 나를 분리하지 않는 거다. 10인실 호스텔에서 묵을 때도 중요한 짐(카메라, 돈, 고가의 물건)은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잤고, 밖에 나갈 땐 꽁꽁 싸매고 다녔다. 항상 손목에 핸드폰 스트랩,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자물쇠 달린 백팩을 앞으로 돌려 두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가방에서 무언가 뺄 때마다 자물쇠를 여닫아야 하고. 핸드폰 스트랩으로 달아 놓은 끈이 손목을 옥죄여 올 때도 있었으니까. 사람이 주변에 많아지면 가방부터 사수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 내내 긴장 상태일 수밖에 없어 여행 후반엔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다니는 서양 관광객을 보며 내가 너무 유난스러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더라.
셀카봉, 백팩, 카메라는 혼자 여행의 친구들
하지만, 이러한 귀찮은 노력(?) 덕에 무사하게 물건 하나 안 털리고 여행을 마쳤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관광객티 팍팍 내면서 돌아다녔음에도 말이다.
누군가 내 글을 보고 이렇게까지 해야하냐고 묻는다면 그저 '보험'과 비슷한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어쨌든 여행하면서 도난당하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지 않는가.
또 다른 혼자 여행의 친구들
이렇게 애쓴 포르투갈 여행은 벌써 1년이 지났다. 문득 그때의 이야기를 다시금 꺼내면서 살펴보니 혼자서 잘 해냈다 싶은 기분.
외로운 시기에 떠난 여행이다 보니, 드문드문 고독함을 느낄 때가 있곤 했다. 재밌는 건 그 고독감이 찾아올 때면 또 불안감이 바로 따라왔다는 사실. 그리고 그 불안감 덕에 고독한 마음이 잠시 사라지곤 했다. 어떻게든 소매치기한테 당하지 않겠단 마음이 나약해진 나를 강하게 만들었단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참고
안전용품의 모든 것 : http://www.travelmate.co.kr/event/event.asp?e_id=1498
유럽 소매치기 유형과 대처법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109652&memberNo=938657&vType=VERTICAL
정보
글쓴이 : 신난제이유
카메라 : 아이폰 7 - Foodie, Panasonic G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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