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약 파기만 2회.
멘붕은 눈물을 타고 흐른다.
옥탑에서 생활한 지 6년. 셀프 인테리어로 집을 뜯어고칠 때만 하더라도 월셋집에 왜 돈을 들이냐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누구도 내가 옥탑에서 6년을 살지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나도 몰랐으니까. 전셋집을 구하면서 실감했지만, 지금 옥탑의 집주인 어르신들은 좋은 분이다. 그 덕에 나는 6년을 이곳에서 고친 집에 만족하며 열심히 살아왔다.
월셋집에서 전셋집으로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전세로 옮기면 돈을 모을 수 있지 않겠냔 생각이 들었기 때문. 때마침 이직한 회사가 혜화에서 성수로 사옥을 옮길 계획이고 지금 옥탑의 월세 계약 만료와 맞아떨어지기에 '이것은 운명'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운명은 개뿔. 그냥 핑계다.
이 주변의 시세를 살펴보니 옥탑보다 그다지 나을 것 없는 원룸들은 한 달에 50만 원 남짓. 아무리 봐도 월세는 아니었다. 옥탑이지만 1.5룸이고 나만의 앞뜰(옥상)도 있는 지금 집을 굳이 원룸과 바꿀 이유는 없을 터. 그래서 더욱 전세를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믿었던 것도 있다. 어떻게든 전셋집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 동네로 갈까
회사는 성수라고 하지만 정확히 성수역과 어린이대공원역의 가운데에 위치했다. 오히려 어린이대공원역에서 3분 가깝다. 현재 사는 낙성대에서 갈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이 동네의 전세는 원하는 가격대의 매물이 없었다. 이참에 환경을 바꾸고 좀 더 회사에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 방문한 지역이 어린이대공원역, 아차산역. 걸어서 출퇴근하는 그런 꿈을 꿨던 것 같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꿈을. 그러다 구의역으로 갔고 그다음엔 7호선을 타고 중곡역, 면목, 사가정, 태릉입구.. 오르고 올라 노원역을 넘어 마들역까지 다녀왔다. 중간에 강동구 쪽으로 갔다가 아, 이제 경기도 하남을 가야 할 때인가란 생각을 했다.
애초부터 원하는 지역을 딱 정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예상보다 괜찮은 매물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회사를 도보로 다닐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은 이 지역 저 지역을 돌아다니며 상처받는 동안 점점 희미해져 갔다.
어떤 집으로 갈까
나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것으로 유명한(?) 옥탑에서 6년을 살았다. 집을 뜯어고치긴 했어도 오래된 집이기에 이보다 나은 집은 많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집을 구하면서 예산 안에서 채광과 시야가 트인 집을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이란 것을 깨달았다. 옥탑의 가장 큰 장점은 채광이다. 아침형 인간인 내게는 이 채광이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빌라나 오피스텔들은 너무나 사이좋게 다닥다닥 붙어 있더라.
그나마 노원까지 올라가니 30년 된 노후한 아파트들은 채광과 시야가 확보되었다. 최근에 집을 구한 후배의 이야기에 따르면 같은 건물의 좋은 뷰는 집값이 1,000만 원 더 비싸더라고. 결국 채광도 시야도 돈으로 사야 하는 세상이다.
6년 전 월세를 구하며 쓴 포스팅에 '눈물 젖은'이란 타이틀을 썼는데, 전셋집을 구하면서도 똑같은 타이틀을 쓰고 있다. 은행에 빚을 내고 집을 사는 일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지곤 했는데, 집을 구하면서 왜들 그렇게 '집을 사야 한다'는 말을 하는지 실감했다. 집 계약을 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고, 이 글은 두 번째 가계약이 파기된 후에 쓰기 시작했는데, 오늘 드디어 대출승인까지 진행했다. 한숨 내려놓고 나머지 글을 써야겠다.
정보
글쓴이 : 신난제이유
카메라 : Ricoh GR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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