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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을 선택하는 용기 I '퇴사합니다. 독립하려고요.' 북토크

퇴사했다.
독립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의 제목을 보고 피식 웃었다. 이 출판사는 내 뇌 속을 들여다 보기라도 하는 것인지, 늘 당시의 관심사를 책으로 출판한다. 이번엔 '프리 워커(Free Worker)'였다. 

 

퇴사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직할 곳을 정해놓고 퇴사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한 일임에도 포기했다. 면접을 보면서도 확신이 서질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형 인간이라 믿으며 살아왔는데 이번엔 조금 달랐다.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 잠시 쉬어가기로 결심한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회사에서 다시 일하게 되더라도 지금의 마음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때마침 나온 책의 북토크를 신청한 것은 먼저 앞서 이런 생각과 결심을 한 친구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였다. 

 

북토크는 연남동 '기록상점'에서 진행되었다. 현재 '일, 그리고 다시 나의 일' 전시가 진행 중이다.

 

북토크 장소인 기록상점에서는 '일, 그리고 다시 나의 일'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출판사 자기만의 방에서 출간한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김진영 저)'와 오늘 소개할 '퇴사합니다. 독립하려고요.(김시내, 최수현 저)'를 소개하는 전시로 일을 하며 느끼는 번아웃과 퇴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어쩜 이렇게 내 마음을 잘 알까. 

 

메일을 주고 받는다는 행위가 인상적이다

 

북토크 시작 전에 전시를 둘러보며 두 작가가 주고받은 메일과 타임라인을 훑어보았다. 타인의 메일을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메신저가 아닌 메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여기서 착안해서 퇴사한 지인과 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나이가 적든 많든 회사에서 번아웃이 오고 퇴사를 생각하는 과정은 모든 직장인이 동일하단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직이 아닌 퇴사 후 프리워커를 선택했다는 점이 달랐다. 회사 밖에서 나를 설명할 수 있는지 궁금했던 나로서는 이들의 퇴사 후 행보가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분명 희망적인 상황만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예상과 함께, 조금은 현실적인 부분이 궁금했기 때문에. 

 

좌측부터 모더레이터 이상종님 스몰블랜더 김시내, 최수현 님 / 맨 앞자리라 얼굴을 찍기엔 죄송스러워서

 

북토크는 전시에도 소개된 바 있는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시작되었다. 서로 다르다고 생각한 두 사람이 제주도 여행에서 의외의 케미를 발견하고, 퇴사 후 '스몰브랜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글로 다 표현하지 못했을 '불안' '두려움'의 무게가 느껴지기도 했다. 해보지 않은 길은 누구나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까. 스몰브랜더를 만들고 얻은 오르고 내리는 수익을 도표로 그려놓은 장표를 볼 땐 그들이 선택한 후에도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가 그려졌다. 나였다면 이겨낼 수 있었을까, 자문했다. 

 

‘아!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용기를 냈다면, 그걸로 끝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구나. 퇴사를 하면, 자유를 찾으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내가 진짜 원하는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구나.’
<퇴사합니다. 독립하려고요.> 중에서

 

첫 수익이 내기 위해 그들은 '1. 기존에 하는 일에 최선을 다 했으며 2.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3. 기회를 찾아 다녔다'고 한다. 기존의 일을 잘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일을 하는 인연을 만들었고, 포트폴리오를 통해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하고, 자신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 곳에 먼저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북토크내내 '용기'라는 키워드가 떠오른 건 당연한 일이지도 모르겠다.  

 

나의 글 외에도 북토크에서 나눈 Q&A를 따로 정리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간을 참 좋아한다. 늘 좋은 질문과 좋은 대답이 오고 가기 때문이다. 

Q. 동업이란게 쉽지가 않다. 어떻게 풀어나가는가. 
A. 갈등은 늘 있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자가 가진 장점을 집중하고 이야기하면서 풀어나간다. - 수현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려고 하고 비효율적일수도 있지만, 오버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생각의 과정을 설명하는 노력을 통해 오해를 줄여나가고 칭찬을 많이 하려고 한다.  - 시내

Q. 나중에 다시 회사로 들어가고 싶은 유혹은 들지 않는가?
A. 회사로 다시 못갈 것 같다고 생각한다. 회사 밖에서 우당탕탕하며 보내는 시간이 성장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있었지만, 지금은 퇴사하고 만난 이들을 통해 배워가며 의미를 찾고 있다. 회사 안에서의 삶이 오히려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회사에서는 프로젝트를 통해 누군가에게 실망을 주거나 실패라고 느낄 때도 있는데, 회사 밖에서는 나에게 기회를 반복해서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장과 자유 측면에서 좋다. - 시내

Q. 그냥 회사에 남았으면 하는 사람은 어떤사람일까?
A. 정답은 없다. 추후에는 모두가 프리 워커로 전향할 거다. 언젠가 우리는 퇴사를 할 테니 어떤 식으로 준비하면 좋을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퇴사를 생각하면 직장생활 동안 더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시내

회사 안에서는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했다. 퇴사를 결심하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회사의 인정을 받기 위해 이기적으로 생활했던 게 아닐까 했다. 언젠가 퇴사를 생각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 수현

Q. 자신을 알아가는 자기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다. 팁이 있을까? 

A. 10년 동안 블로그를 하며 글을 열심히 썼다. 처음에는 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어렵고 스트레스였다. 책 필사로 시작해 계속 쓰는 동안 내 생각이 생겼다. 그걸 점점 늘려갔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깨달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통해 나의 생각, 나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 수현

나는 좋아하는 것에 진심이고 좋아하면 무조건 해야 하는 사람이다. 무얼 하면 좋을지 수집하며 그 마음을 따라갔을 때 좋은 결과가 오더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what으로 하면 한정적이지만, why로 두면 how가 많아진다. 명사로 정의하지 않고 가치로 정의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좋아하는 것을 찾고, 나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다. - 시내 

 

집 근처 산책로에서 책을 읽었다. 백수에게 꿈같은 시간이었다.

 

마냥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어쩌면 내가 그들에게 한 '퇴사하지 말고 회사에 남아야 할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한 질문도 맞지 않았을 듯하다. 회사에 남아서 일을 하더라도, 회사 밖에 나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용기'다. 나라는 사람을 믿고 가져가야 할. 

 

퇴사하고, 이직을 할 곳을 정해두지 않은 채 나의 방황은 시작되었다. 이 방황의 끝이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는 모르겠다. 드문드문 찾아오는 불안과 두려움이 오늘 하루의 여유를 흔들기도 한다. 일단 방황을 선택한 나의 용기를 믿는다. 지금까지의 내가 한 모든 선택은 늘 잘못되지 않았으니까.

 

퇴사했다.
방황을 시작하려고.

 

 

참고


퇴사합니다. 독립하려고요. :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9307388(예스24)
스몰브랜더 : https://www.instagram.com/smallbrander/
자기만의 방 : https://www.stayfolio.com/

 

정보


글쓴이 : 제이유
카메라 : Ricoh GR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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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이유님. 오랜만에 들렀다가 근황을 엿보고 갑니다. 바쁘게 잘 지내시는 줄 알았는데 휴식이 쬐끔 필요한 타이밍이 왔나 봅니다. 가까운 시일에 멋진 일을 벌이시는 소식을 전해 듣길 기대하며 응원하겠습니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