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떨쳐내고
경험을 쌓는 운동을 해야겠다
11월 도쿄 여행을 준비하면서 함께 고민 중인 것은 여행의 이야기를 담은 '유료 뉴스레터'를 발행해 보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따로 공개한 것은 아닌데, 때마침 박찬빈 님이(@dripcopyrider) 호주여행을 가면서 여행기를 뉴스레터로 발행한다길래 미리 공부할 겸 신청했다. 나의 메일함에 꽂힌 그의 여행기를 한 편 한 편 읽으며, 지난날 호주 외국인노동자 시절(워킹홀리데이)을 떠올렸다. 하, 눈물 젖은 딸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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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모두가 크리에이터의 시대다"
생각노트 님의 글을 소개하며 커피토크가 시작되었다. 나만의 콘텐츠를 가지는 일은 회사를 벗어난 후 내가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이기도 하다. 찬빈 님의 에세이레터를 구독하고, 나 또한 그런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것은 글에서 이야기하는 '콘텐츠 자본력'을 쌓기 위함이겠지. 다만 아직은 두려움과 의심이 커서 실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오늘 이 커피토크를 통해 용기와 팁을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MSG 에세이레터 작은 요약
- 2주간의 호주 여행(멜버른, 골드코스트, 시드니) 여행 에세이를 뉴스레터(구글독스 연결)로 발송
- 번외를 포함 총 7편의 에세이, 구독료 1만 원
- 출발 1주일 전 유료구독자 모집, 여행을 마친 1주일 뒤 커피토크 진행
- 구독자 95명, 이후 112명(마감 후에도 링크를 열어둠)
글을 씀으로써 여행의 여독이 남지 않았다
찬빈 님의 여행에세이를 뉴스레터에 발견할 때마다 바로바로 읽지 못했다. 읽는 사람도 시간에 쫓기는데 글을 쓰는 사람은 오죽했을까. 여행지를 즐기기에도 모자란 시간, 시간 활용을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해 사전 질문으로 남겼었다.
"에어비앤비로 머물 곳을 고를 때 포인트 중 하나가 '책상이 있는지'였어요. 낮엔 돌아다니더라도 오후 늦게라도 글 쓰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부지런했다는 의미였다. 여행을 하는 순간의 들뜬 기분 속에 글을 쓰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었을까. 그러나 정리하듯 써 내려간 글을 통해 다른 여행과 달리 '여독이 남지 않았다'는 말을 그는 덧붙였다. 늘 나중에 다 올려야지 했지만, 결국 프롤로그에서 끝났던 나의 여행기들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이 방법이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카메라, 모자, 선글라스, 책, 펜과 수첩.
찬빈 님이 여행을 갈 때 챙겨가는 아이템들이 각각의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선글라스에 앉아 계셔서 그쪽에 앉았지만, 사실 내가 여행 갈 때 꼭 챙기는 건 책과 카메라, 그리고 펜과 수첩이다(모자와 선글라스는 아마도 여름이라면 챙기지도?). 저마다 여행 갈 때 꼭 챙기는 아이템이 있을 테고 그런 아이템은 본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에세이레터를 읽으며 취향이 묻어나는 여행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찬빈 님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커피'와 '공간(집)'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고 생각했는데, 에세이레터에도 카페, 집(에어비앤비)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실려 있었다. 에어비엔비를 통해 숙소를 고르는 기준, 그리고 그 집에 대한 즐거운 시선이 글에서 느껴져 11월에 갈 도쿄 숙소를 에어비앤비에서 찾아보기도 했다.
너의 걱정은 여기에 두고 가
에세이레터에 소개되었을 때부터 가장 궁금하기도 했고, 이날 커피토크에서도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은 '언요크드(Unyoked)'에서의 숙박경험이었다. 함께 여행한 지인과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부터, 이곳까지 가기 위해 길을 헤맨 시간, 새벽에 잠에서 깨 하늘을 바라본 모든 경험이 듣는 내내 무척 좋았다. 이곳에서는 길을 잃는(get lost) 경험도 하나의 즐거움으로 이야기한 곳이라 언제고 이곳에서 묵으면서 자연과 함께해보고 싶다.
각자의 눈에 담긴 호주의 장면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각자 눈에 담는 인상적인 순간은 분명 다르다. 찬빈 님이 소개한 10가지의 장면들도 그러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당근 할아버지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멜버른에서 만날 수 있는 이 할아버지는 늘 커다란 당근을 가지고 다니는데, 여행 중에 이 분을 마주칠 수 있는 것도 대단한 우연이 아닌가 싶다.
타인들이 자신이 당근을 든 모습을 보고 웃었으면 좋겠단 생각으로 시작했다는 말도 어찌나 따뜻한지. 당근 할아버지의 계정을 찾아보니, 사람들이 찍은 사진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가득했다. 모두가 즐겁게 웃고 있었다. 들고 다니기엔 번거로운 크기의 당근임에도 이 사람들의 웃음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언제고 멜버른에 가면 나도 만나보고 싶다.
경험의 근육을 쌓는 기분으로
1시간 30분의 커피토크는 빠르게 흘러갔다. 이런 경험이 많은걸까 궁금했을 정도로 진행이 자연스러웠는데, 참석자들과 나눈 Q&A를 통해 어떤 마음으로 에세이 레터를 발행하고 행사를 진행했는지 알 수 있었다.
준비하면서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도 했죠. 토크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를 고민하기도 했고요. 결국 이런 것들을 통해 '근육이 붙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시도들을 꾸준하면서 자산을 쌓아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쉬워보면서도 어려운 일이 '꾸준히 시도'하는 일이다. 나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단 생각이 많은 요즘, 찬빈 님이 이야기한 '경험의 근육'은 큰 용기가 되었다. 일단 해보면서 쌓아나가 보는 것. 말처럼 잘 되진 않겠지만, 앞으론 그때마다 근육운동을 한다는 마음을 갖기로.
질문과 대답 짧은 메모
Q. 여행하며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A.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쓰는 순간이었다. 붕 떠서 쓰는 느낌이었다. 글의 깊이 등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Q.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A. 계획에 있어서 너그러워지기
Q.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A. 언요크드에서 별을 보았을 때. 살면서 이런 순간이 있구나 생각했다.
Q. 베스트 공간을 꼽는다면?
A. 골드코스트에서 머물렀던 친한 형의 집.
이번 여행을 통해 찬빈 님은 새롭게 품은 단어로 '시간'을 꼽았다. 힘들거나 지칠 때마다 '흘러갈 거야'라고 생각했던 시간들도 알고 보면 나의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경험을 쌓는 과정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법이다. 빠르게 지나갔으면 바랄 수도 있지만, 훗날 돌이켜보면 그 순간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힘든 순간도 좋은 순간처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나 또한 다시금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찬빈 님의 에세이레터의 시작에 소개되었던 구본형 님의 글을 덧붙인다.
"나는 젊음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바로 '아주 많은 우연한 사건들' 속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용기라고 생각하네.
지나고 보니 인생은 결국 여러 크고 작은 사건들로 짜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계획대로 일이 이루어져 기쁘기도 하고, 오래 준비하고 바라던 일이 무산되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삶에 당황하고 고통스러워하며 지내기도 하지만, 결국 그 사건들이 곧 인생의 내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네.
누군가의 삶이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되려면 그 사건들이 흥미진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은 커다란 사건만을 추구하라는 뜻이 아니라네. 중요한 것은 어떤 사건이든 그것을 훌륭하게 재해석해낼 수 있는 힘에 달려 있네."
구본형 <마지막 편지> 중에서
뒷이야기
1. 호주에서 가져온 커피 원두를 이날 참석자 모두에게 내려주었다. 와인잔에 커피, 잘 어울리네.
2. 여행하며 사온 선물들을 추첨을 통해 나누어주었는데, 갖고 싶었던 파타고니아 비니 당첨. 세상에(?)
3. 토크가 열린 브브브(@bbbseoul)에서 호주 와인을 30% 할인가로 살 수 있었다.
참고
찬빈 님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dripcopyrider/
Unyoked(언요크드) : https://unyoked.co/
캐롯맨 : https://www.onlymelbourne.com.au/carrot-man
캐롯맨 계정 : https://www.instagram.com/whereiscarrotman/
글쓴이 신난제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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