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가 아니라
오늘 이 강연도 괜찮은건가
련슨배님이 강연 링크를 주면서 관심 있으면 사전 신청을 해 보라고 했다. '5년 후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콘텐츠는 무엇일까?' 강연 제목이 꽤 흥미로웠기에 냉큼 신청하고 참석했는데, 강연자들도 '모르겠다'라는 답변을 너무 태연하게 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긴 5년 전에도 내가 5년 후에 이런 삶을 살지 예상하지 못했고 이미 알았으면 뭐라도 되었겠지.
그 태연한 대답에 피식 웃으면서도 강연자들의 개성이 너무도 다르고 강해 '이 강연은 정말 괜찮나'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문화체육관광부 눈치를 내가 대신 본 그 강연을 짧게 기록에 남긴다.
국제적 사회 이슈와 콘텐츠의 관계 - 배명훈 작가
3명의 강연자 중에서 나의 원픽은 '배명훈 작가'. 조마조마한 가운데에서도 배 작가님이 마이크를 들면 마음이 평온해졌으니, 조곤조곤한 말투에서 풍기는 따뜻함과 솔직하면서도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깔끔하게 매듭을 짓는 모습이 마음에 남았다. (SF를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배 작가님 작품은 제가 찾아서 읽어볼게요! )
그의 강연은 '국제적 사회 이슈와 콘텐츠의 관계'라는 제목으로 10분의 미니 강연으로 다루기엔 너무 주제가 어려운 것이 아닌가 했는데, 주최측이 작가의 글과 백그라운드를 기반으로 배분한(?) 주제로 보였다. 그럼에도 배 작가님은 충실한 강연을 준비하셨고, 그 내용이 좋았다.
지금 창작자들이 느끼고 있는 것이 5년 후에 콘텐츠화가 된다면 그 내용은 '기후위기'가 될 것이다.
그의 말처럼 스몰토크로 가볍게 나누는 날씨 이야기가 5년 후에는 더이상 가볍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그리 생각하면 앞으로 찾아올 미래가 우울한 일들로만 느껴진다. 인류는 이미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국가가 나서지 않는 이상 어려울 것이라는 말에, 요즘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이야기도 결국 '지구를 위한 해결'보다는 누군가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와 SF - 정보라 작가
배명훈 작가님에 이은 장보라 작가님의 강연. 두 분다 SF를 다루셨던 터라, 내게는 조금 생소한 분들이었는데 이번 강연으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강연에 올라와서 '자신은 연세대의 교수였던 적이 없으며 시간강사였다. 투쟁!'을 외치는 모습에 잠시 당황했는데, 기사를 찾아보니 그럴만도.
어쨌든 강렬한 첫인상으로 등장한 정 작가님은 '저주 토끼'라는 작품으로 올해 부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고. (아직도 모르는 작가와 책과 이야기가 존재한다니, 더 열심히 읽고 써야겠다.)
본인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그것이 슬프든 즐겁든 내놓고 싶은 의지가 있는 이야기가 언제든 매력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이번 강연도 10분으로 논하기엔 어려운 주제였다. 하지만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주제이기도 했기에, 정 작가님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소수자와 약자일수록 더욱더 그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말은 꽤 기억에 남았다.
그녀의 추천을 통해 최의택 작가의 '슈뢰딩거의 아이들'도 알게 되었다. 이번 강연은 그런 면에서 얻는게 많았다.
지금 여기의 문화, 다음 5년의 문화 - 허희 문화평론가
강연을 자주 해봤단 느낌을 받은 허희 평론가는 PPT를 준비해왔다. 역시나 난해한 주제를 어떻게든 멱살 잡고 끌고 가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함이 느껴졌는데, 인공지능을 통한 문학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였다.
인간들의 힘이 작용하는 방식으로 문화가 만들어진다. 앞으로의 5년은 인공지능을 통한 발견들이 우리를 잠식해 오는 형태가 될 것이다.
그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그린 그림, 소설 예시가 무척 기억에 남았는데,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첫 문장으로 만들어낸 소설은 제법 그럴듯해서 조금 소름 돋았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재생산하는 정 작가님의 유머에 인공지능보다는 역시 인간지능이 아닌가 싶다.(정 작가님의 유머는 묘하게 산으로 가는 듯하면서 뼈를 때린다.)
강연 제목만 보고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예상이 되지 않아서 질문지에 무얼 남기지도 못했다. 게다 참여하는 강연자들이 평소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쓰고 하는지 몰랐던 터라 더욱이 예상을 벗어난 이야기들이기도 했는데. 개성이 다른 강연자들과, 사회보단 강연이 익숙하다고 이야기하는 사회자(김재인 교수님)까지 모였던 터라 무언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봤다.
아무튼 5년 후에도 매력적인 콘텐츠가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참여해 본 인문강연은 생각보다 (조마조마하면서) 재미있었다. SF라는 장르를 새롭게 발견하고, 읽어야겠다 생각한 책들도, 몰랐던 작가님들도 만났으니 그걸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참고
강연이 궁금하다면 : https://www.youtube.com/watch?v=zAJ_faholrg
인문360 홈페이지 : https://inmun360.culture.go.kr/
정보
글쓴이 : 신난제이유
카메라 : 아이폰 13 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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