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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그려내는 일 - 음악에서 그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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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미술이 만났다

 

음악과 그림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시간

 

컬래버레이션도 이런 컬래버레이션이 없네. 세상에나. 

3층에서 음악을 듣고 2층에서 그림을 그렸다. 건물주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인 건지 한 건물에서 음악과 미술을 함께 배울 수 있다니. 위치도 재미있지만, 수업은 훨씬 재미있다. 

 

예술이 일상화가 되면 단조로운 색이 조금 더 다채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피아노를 배우고, 전시를 더 많이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나이를 먹을수록 생각의 폭이 좁아진다고 느꼈기 때문. 가끔은 더 많은 것을 상상하고 정해놓은 선 너머를 떠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만난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수업. 매주 피아노 수업을 듣는 리유클래식에서 아래층 구상화실과 함께 기획한 수업이다. 입시를 중요시하는 정규교육에서 미술과 음악은 어느새 '자습시간'으로 바뀌고 말았는데, 어른이 돼서야 그 시간들이 필요했는지 새삼 느끼곤 한다. 

 

 

1교시 음악시간, 클로드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 감상

드뷔시의 '아라베스크'를 배웠었다. 섬세한 연주가 필요한 곡이었다.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졌다. 매일 아침마다 일기장 끄트머리에 색연필로 무언가 그릴려고 할 때마다 마음과는 달리 ‘뿅’ 튀어나오지 않는 그림 세계이건만, 드뷔시 ‘달빛’을 듣고 그걸 표현하는 것이라면 조금은 나을까? 이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달빛은 클래식 곡 중에서도 내가 손꼽는 곡이다. 제목과 이렇게 잘 어울리는 곡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아름다운 곡. 조성진이 연주한 걸로 자주 듣곤 했는데, 이번 시간엔 다양한 아티스트 버전으로 들었다. 달빛이 다양한 연주가 가능한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정말 아티스트마다 박자와, 세기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더라. 역시 조성진의 연주에 마음이 가고 바렌보임의 달빛은 독특해 기억에 남는다. 

 

 

 

 

류쌤에게 피아노를 배우는 것도 좋아하지만, 음악에 대해 설명해 주실 때마다 반한다. 이번 수업은 인상주의와 모음곡의 형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모음곡은 총 4개였는데, 제목이 붙은 곡은 ‘달빛’뿐이라니. 역시 알고 듣는 것과 모르고 듣는 것은 좀 다르다. 

 

우리가 아는 것과 달리 클래식 음악은 ‘제목’은 음악가가 아닌 타인의 손에 붙어진 경우가 많다. 베토벤 음악은 대다수가 그렇더라. 그럼에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제목의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단 건 참 신기할 노릇. 작곡가들은 대단해. (제목을 붙인 이들도..)

 

드뷔시 #프랑스작곡가 #인상주의작곡가 #화요회

 

2교시 미술시간, 자신만의 달빛을 자유롭게 표현

나의 그림을 그려내기 위한 오일파스텔과의 사투(?)

 

음악 감상을 마치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갔다. 

사실 나는 매일 아침마다 일기장 끄트머리에 그림을 그린다. 그때마다 나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몰라 꽤 고민하다(앞서 생각의 폭이 좁아든다는 말을 한 건 그런 의미에서다.) 일단 다른 레퍼런스를 보며 참고하자는 생각으로 그림을 검색해서 따라 그리는 날이 많다.

 

드뷔시의 음악을 바로 그림으로 그려내야 했다면 매일 아침 그러했듯 긴 시간을 고민했을 터. 다행하게도 수업에서는 음악을 여러번 들으면서 색상으로, 형태로, 이미지로 상상하는 시간을 가져 어느정도 그림으로 상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참 재미있는 건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이 같음 음악을 들었음에도 각자가 느낀 걸 이야기할 땐 모두가 다른 걸 이야기했다. ‘달빛’이란 제목이 붙어 있기에 모두가 달을 떠올렸음이 틀림없었음에도 우리가 그린 그림엔 달이 없었고, 색이 달랐고, 표현마저 달랐다. 어쩌면 음악과 그림이란 건 이런 이유로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도 계속 드비쉬의 음악을 들었다.

 

캔버스를 앞에두고 음악을 들으며 생각했던 것을 구쌤에게 설명했다. 선생님은 오일파스텔의 사용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수정이 수월하니 마음껏 표현해도 좋다고 하시더라. 자유롭게라, 사실 그림을 그리는 것에 있어 가장 큰 두려움은 ‘망치는 것'인데 그런 부담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으로도 오일파스텔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 오일파스텔과 구쌤의 도움으로 우연이 빚어내는 만족스러운 경험도 했다. 분명 의도한 건 이런 건 아니었는데, 훨씬 괜찮은 그림이 그려진 것. 이건 나의 실력일까, 드뷔시의 마법일까?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한 칸딘스키와 샤갈

 

그림 수업에서는 음악을 소재로 한 화가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샤갈, 칸딘스키, 호안 미로.. 그중에서도 칸딘스키의 그림은 분명 '본 적 있음'에도 너무도 다르게 와닿았다. 주입식 교육의 도움(?)으로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이 세트구성(?)처럼 머릿속에 있음에도 그가 그린 그림이 음악을 표현한 것이란 걸 왜 놓치고 있었는지. 모네의 그림에 영감을 받고 화가로 전향한 이야기는 무언가에 영감을 받아 인생을 흔드는 결정을 하는 그 마음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수업 끝, 내가 그린 멋진 그림에 감탄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즐거운 경험

 

그림을 다 그린 후,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그림을 다 같이 보며 그린 그림에 대해 설명했다. 서로가 그린 그림은 너무도 달라서 이렇게 다르게 그릴 수 있단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분명 '달빛'이란 단어를 들었을 땐 동그란 달이 떠올랐는데, 왜 그림에서는 그런 달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는지. 

 

집에 돌아와서 그림을 한참 들여다 보니 나는 작년에 여행을 하다 본 밤바다의 풍경을 담아냈구나 알게 되었다. 묵직한 초록의 바다 위로 흩어지는 금빛의 파편, 그때 들었던 음악이 드뷔시의 달빛이었기 때문. 나의 그림엔 그때의 행복한 마음이 그려져 있었다. 

 

피아노 앞에 앉아 보는 일도, 이젤 앞에 앉는 일도 참 특별하다

 

180분의 수업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경험만큼이나 늘 듣던 음악과 본적 있는 그림을 조금 더 자세하게 알게 되어 재미있었다. 올해는 더 많은 음악과 미술을 경험해야지 했는데 이렇게 즐겁게 시작하다니, 이런 경험을 쌓고 쌓다 보면 선을 넘어서 더 많은 상상을 분명할 수 있게 되리라 믿어본다. 

 

다음 수업은 브람스라고 한다.

분명 드뷔시와는 다른 그림을 그릴테지. 

 

 

 

추천


클래식 음악을 어렵지 않게 접근하고 싶다면
오랜만에 자유롭게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면
음악과 미술, 예술의 세계에 발을 살짝 들여놓고 싶다면

 

 

참고


음악에서 그림으로 

 

네이버 예약 :: 음악에서 그림으로

<<음악에서 그림으로>> <*1시 / 7시 두 타임 진행합니다. 예약 후 가능한 시간 메세지로 남겨주세요!> 음악, 그림, 문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서로의 예술작품에 영감과 영향을 받는다는

booking.naver.com

음악 선생님 : 리유클래식 https://www.instagram.com/riyuclassic/
미술 선생님 : 구상화실 https://www.instagram.com/gusang___/
금액 : 90,000원 (오픈 기념 10% 할인)
수업 내용 : 음악감상 90분(음악 자료와 간단한 다과, 커피 or 티 제공), 그림 90분(재료 제공 : 종이캔버스 (22x22cm), 오일파스텔, 색연필, 마커, 연필, 펜 등

 

 

정보


글쓴이 : 신난제이유
카메라 : Ricoh GR3, iphone 13 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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