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알았다.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란 사실을.
타고난 건강체질이라고 믿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정말 예상도 못한 채 입원하게 되었다. 오늘 포스팅은 ‘대장’ 이야기라 비위가 약한 분들은 피하면 되지만, 결국 이 글을 검색했다는 건 당신도 게실이구나?
[ 3줄 요약 ]
대장게실염은 맹장염과 비슷하게 우측 하복부가 아프다.
입원 내내 항생제 링겔을 맞는다.
금식 기간이 생각보다 길다.
시작은 복부 통증
화요일 오전부터 오른쪽 배가 아팠다. 이러다 말겠지 생각했는데, 하루 종일 아픔이 계속되었다. 최근 나의 고민은 혈압과 부종이었기에 혹시나 신장 쪽 문제인가 싶어서 ‘오른쪽 아랫배 통증 신장’ 키워드를 검색하며 종일 걱정했다.
오후로 갈수록 배가 부풀어오르는 느낌이었다. 뭘까, 가스가 찬 건가. 화장실에 들락날락하고 최대한 가스를 빼 보려고 애썼는데 그럼에도 부푼 배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상해..
퇴근하고 집에 가서 빨리 자려다 속시원하게 처방받는 게 낫겠다 싶어 병원으로 향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한의원에 가서 가스를 뺄까 내과를 갈까 했는데, 내과를 선택한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네? 맹장이요?
내과에서 선생님이 아픈 부위를 눌러 보더니 딱 맹장부위라는 이야기를 꺼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 바로 초음파실로 안내받아 맹장 찾기에 나섰다.
점심을 가득 먹은터라 대장이 꽉 차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맹장인 것 같다며 선생님이 소견서를 써 주셨다. 큰 병원에 가서 CT 찍고 확인하라며. 맹장일 경우 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복막염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는 말에 집에 들르지도 못하고 연계병원인 ‘동부제일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실 방문
내 발로 버스 타고 응급실에 오게 될 줄이야. 예상과 달리 응급실은 굉장히 환산했다. 드라마를 넘 많이 본 것인가. 접수하고 나서 인턴인지 레지던트인지 모르는 파란 옷을 입은 선생님에게 소견서를 드리고 기다렸다.
동네 병원에서 소견서와 함께 구워주신 초음파 사진 CD는 열리지가 않았고 추가로 배 엑스레이를 찍었다. 후에 피검사와 소변 검사가 있었는데, 염증 수치를 본 후 CT를 찍는다고 하더라. 그때까진 응급실 베드에 누워 링겔을 맞으며 기다렸다.
그리고 CT 촬영 진행. 조영제 투입 후에 방광이 따뜻해지면 말하라고 하셔서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정말 따끈해지더라. 아무튼 숨 참았다가 쉬었다가 몇 번 반복하는 사이에 CT 촬영도 끝.
대장게실염이요?
CT를 본 응급의학과 선생님은 맹장은 아니라서 수술을 안해도 되고 대장게실이라 입원은 해야겠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맹장일 경우 내일이 휴일이라 수술이 안된다는 말을 CT 촬영 전에 하셔서 그럼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수술을 안 한다는 것으로도 정말 다행이었다.
대장게실이란 단어는 작년 건강검진 대장내시경때도 들었던 말이었기에 새삼스럽진 않았는데, 입원할 줄이야. 생각해 보면 그때 내시경 끝나고 하복부가 엄청 아팠는데, 그때와 비슷한 통증이란 사실을 생각해 냈다. 그땐 일시적인 거라고 생각하고 바로 죽 먹었는데..
게실은 위장관 중에서도 특히 대장에 많이 나타나는데, 대장 게실은 대장벽이 바깥쪽으로 동그랗게 꽈리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질환입니다. 게실이 여러 개 있을 때를 '게실증'이라고 하고, 이 튀어나온 주머니 안으로 변과 같은 오염물질이 들어가서 염증을 일으키는 것을 '게실염'이라고 합니다.
국가정보관리포털 - 질병관리청
입원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렇게 응급실에서 바로 입원수속을 밟았다. 집에 다녀와도 되냐고 물었는데 선생님이 뭘 집에까지 가느냐고 하셔서 심각한 상태인가 했는데, 사실 그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었다고 본다.
처음으로 입원을 해 보는거라서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그대로 입원했지만, 세면도구라든가, 택배 온 것 정리라든가, 우리 남이 밥이라든가 그런 걸 할 시간이 정말 필요했는데 그대로 입원해 버렸다.
그리고 시작된 70시간의 금식
대장이 아픈 와중에도 굶는 시간이 길어지니 그때 집에 가서 입원 준비를 하면서 저녁이라도 먹고 왔어야 했는데 후회했다. 이렇게 오래 굶게될 줄이야.
대장게실염의 치료는 다른게 없었다. ‘항생제투여’와 ‘금식’ 화요일 낮 1시 30분 점심을 마지막으로 금요일 12시 첫 식사를 할 때까지 그냥 굶었다. 심지어 수요일은 물도 금지였다.
사람이 밥을 안 먹고 물을 안 마셔도 수액으로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심지어 수액을 얼마나 맞았는지 자다 깨서 화장실은 계속 갔다.
모든 미각이 리셋된 기분
70시간의 금식이 끝나고 드디어 첫 끼니로 흰 쌀죽을 먹게 되었을 때 너무 기뻐서 춤을 출뻔했다. ‘먹는 행위’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서 새삼스레 깨달았다.
소중하게 입안에 밥을 떠서 넣었는데 정말 혓바닥의 모든 미각세포들이 음식을 향해 돌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분자세포까지도 느껴지는 기분, 흰 쌀죽에서 엄청난 맛이 느껴졌다. 분명 병원밥이라 심심한 맛이었을 텐데도 근대국의 맛이 엄청난 자극으로 다가오더라.
식사를 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게 어떤 것인지 몰랐는데,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로 이렇게 감격할 수 있다니 앞으로도 잊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퇴원
의사 선생님은 휴일이 끝난 목요일에 드디어 만날 수 있었는데 통증이 없어지면 퇴원할 수 있고 짧으면 4-5일, 길면 일주일이란 말을 덧붙였다. 오, 일주일은 안됩니다 선생님. 저도 먹고살아야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퀵으로 노트북도 받긴 했지만, 다른 입원 환자들에 비해서는 아무리 봐도 쌩쌩한 상태라(건강에 과신하지 않기로 해놓고서 또 이런다.) 일주일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입원 5일째가 되는 토요일 오전, “퇴원하실래요?”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4박 5일의 입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집안을 청소했다. 아픈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너저분한 집이 이유는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깨끗하게 청소를 마치고 그날 밤 푹신한 침대에 누워 병원침대를 생각했다. 더 건강해져야지. 앞으로 입원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글쓴이 신난제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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