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인류가 처한 상황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 열의를 불태우는 사진작가는 세상의 문제점들을 보여줌으로써 사회를 개혁시켜왔다. 사진작가가 사회에 대한 올바른 해석 능력과 불의에 대한 저항정신으로 세상에 작품을 내놓았을 때에 사람들을 감동시켜 사회변혁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매그넘 세계순회사진전 한국전 기획자 이기명의 글 중
날씨 좋은 휴일 오전, 오랜만에 전시회를 보러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평소 사진을 좋아하는 우쿠의 덕분에 보게 된 이번 전시는 스티븐 맥커리를 비롯하여 유명한 사진가들이 소속되어 있는 매그넘의 세계 순회전이다.
8명의 사진작가, 500만 명의 생명을 구하다!
이번 전시는 8명의 사진작가(스티븐 맥커리, 요나스 벤딕센, 파올로 펠레그린, 알렉스 마졸리, 짐 골드버그, 래리 타웰, 일라이 리드, 질 페레스)가 9개국(인도, 아이티, 말리, 페루, 러시아, 르완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스와질란드, 베트남)의 환자 30여 명의 에이즈 치료 시작 전 모습과 치료 후 4개월의 변화를 사진으로 담은 것으로 이 전시를 통해 10억 달러(한화 1조 1150억 원)의 기금이 조성되어 5백만 명의 에이즈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된 의미 있는 전시회이다.
주말이어서 많은 사람이 붐빌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그렇게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지 않았던지라 느긋하게 구경할 수는 있었지만, 어디를 가도 전시 매너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도슨트가 안내해주는 시간대를 맞추어 가면 더 좋을테지만 시간을 못 맞췄다면 3,000원을 내고 빌릴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해도 좋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오디오 가이드는 탤런트 전광렬 씨가 목소리 재능기부를 하여 만들어졌고, 수익금 일부는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고 한다. 물론 전시장 내부에 각 작품에 대한 배경 설명이나, 동영상이 잘 갖추어져 있어 도슨트나 오디오 가이드가 없이도 관람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Steve Macurry in Hanoi
Jonas Bendiksen in Haiti
큰 시련은 강한 인간에게 주어지는 특권일까? 나는 그렇게 믿고 싶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Alex Majoli in Russia
이 멋진 사진들 속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사진은 바로 이것이었다. 사진가 파올로 펠레그린이 르완다에서 찍은 이 사진은 강렬한 콘트라스트의 색감과 빛과 어둠이 절묘하게 포함되어 에이즈에 걸린 아이와 어머니에게 의사가 치료의 손길을 주고 있는 모습이 절절하게 느껴져 전시회의 타이틀인 '생명의 기적'과 묘하게 어울리게 다가왔다. 후에 이 아이와 어머니는 치료를 받고 건강해졌다.
사진전 한 쪽에는 에이즈 환자들에게 직접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나눠주고 자신의 셀프 포트레이트를 매일 기록한 사진들도 있었다. 어떤 이는 점점 건강을 찾아 밝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어떤 이는 점점 살이 빠지고 안색이 나빠져 나중에는 침대에서 죽음을 맞이한 모습이 찍혀져 있기도 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것, 나에게 주어진 이 생명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 전시회를 통해 이 사실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온몸 가득 느낄 수 있었다. 더욱 행복하게 살아가자.
매그넘 세계순회 사진전 '생명의 기적'
2011.12.23 - 2012. 03.04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3층
http://www.accesstolife.seoul.kr/ (전시장내 사진 촬영 금지, 관련 사진은 이 곳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관련홈페이지 : 매그넘 포토스 http://www.magnumphot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