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일본 여행의 시작은 오다이바에서
호주로 향하기 전 일본을 경유지로 정한 것은 다시금 일본에 가고 싶어서였다. 큰 변화 없는 풍경이나 들려오는 일본어는 그대로인데 막상 일본어를 시작하니 내가 이 곳을 떠나있었다는 것이 실감 날 정도로 서툰 일본어가 버벅거리게 하였다. 휴.
나리타공항에서 빠져나오기까지 의외로 시간이 걸린 탓에 첫째 날은 사실 별다른 관광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회사를 마치고 온 와니님은 화분증에 힘겨운 컨디션임에도 차로 직접 오다이바까지 데려다 주셨다. 오다이바. 나는 여기서 한국에서 돌아오기 직전 3개월을 출퇴근했다. 그래서인지 고향 집에 돌아온 듯한 묘한 기분이 들면서 반가웠다.
레인보우 브릿지도 자유의 여신상도 저 멀리 보이는 도쿄타워도 아름답게 보이는 야경. 오다이바는 여전했다. 일 년 사이에 크게 변해있을 것이란 생각도 한 적 없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야경의 오다이바에서 늘 가던 별다방에서 차를 마시고 나니, 이곳을 떠나있었던 시간이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둘째 날.. 에도시대의 일본이 그대로 카와고에川越
어제부터 흐린 날씨를 보이더니 결국 둘째 날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은 비는 아니었지만 사진을 편안하게 찍을 수 없다는 사실은 아쉽기만 했다. 카와고에는 일본에 있을 때도 1-2번 가 본 적이 있는 곳으로 일본의 옛 풍경이 곳곳에 남겨져 있는 곳이다. 이 날은 자영 언니의 안내로 그전과는 다른 루트로 구경한지라 조금 새로웠다.
촉촉하게 내리는 비와 어울려져 맑은 날과는 또 다른 맛이 있는 카와고에. 시끄럽고 정신없는 도쿄 도심에 있다 보면 서울에서의 생활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데, 전철을 타고 조금만 벗어나도 이곳만의 시간의 흐름 속에 서 있게 된다. 느릿느릿 걷는 산책의 즐거움이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카와고에다.
어딜 봐도 귀여운 캐릭터들이 있는 건 역시 일본인가 싶다. 아무리 작은 가게라도 그림으로 그려진 안내판이 있고, 주렁주렁 매달린 무친구들은 귀엽다. 전 기구이 통닭이 생각나듯 고양이 인형은 어딘가에 매달려 뱅글뱅글 돌고 있는 재미난 풍경.
이게 스탑오버가 아니었다면, 이거저거 예쁜 것들 가득 선물로 사 담았을 터인데, 호주로 향하는 스탑오버 여행에서는 짐의 무게만 늘릴 뿐이다. 사고 싶지만 살 수 없는 물건이 한가득. 그저 사진만으로 가득가득 담았다. 바구니에 든 고양이부터 일본 음식 모양의 젓가락 받침들이 어찌나 예쁘던지.
카와고에의 명물인 고구마 맛 아이스크림으로 선물을 못사는 아쉬움을 달랬다. 언제 먹어도 맛난 이 고구마 아이스크림은 카와고에에 들린다면 꼭 빠뜨리지 말고 먹어야 할 음식이다.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고 둘째 날 여행을 이렇게 마무리. 이제 도쿄에서의 일정이 2일 남았다. 아쉬움은 점점 커지고 그리고 그만큼 일본에서 다시 살아보고 싶단 생각도 조금씩 커진다. 그러나 나는 호주를 향해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