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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낮과 밤, 하늘과 지상에서 나이아가라를 마주하다 캐나다 여행의 가장 고난을 꼽는다면 역시 8할 이상이 날씨였다. 그리고 그 정점을 찍은 곳이 ‘나이아가라 폭포’. 비가 와 호텔로 도망치듯 피신하면 곧 그치고 돌아보기 위해 다시 나가면 이내 쏟아지고. 그러다가 천둥이 우루루쾅쾅. 나이아가라란 이름이 인디언어로 ‘천둥소리를 내는 물(ongiara 온기아라)’에서 왔다더니 쏟아지는 폭포소리와 함께 어찌나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내는 날씨인지. 그래서 나는 더 부지런히 구경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더 제대로 보겠다는 생각으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나이아가라는..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는 방법은 참 다양하다. 하늘에서 바라볼 수 있는 헬기투어나, 파도 앞까지 가는 안개 속의 숙녀호(Maid of the Mist), 동굴 속에서 떨..
여행자의 시간이 흘러간다 : 호주 퀸즐랜드주 여행 이야기를 시작하며 호주 퀸즐랜드주의 골드코스트와 브리즈번. 이번 여행의 목적지를 이야기 들었을 때 사실 어라?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작년 워킹홀리데이를 마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호주라니. 게다가 몇 개월을 살았던 퀸즐랜드가 아니던가. 그래서 조금 망설여졌던 것도 사실. 가도 될까 했던 것도 사실. 그런데 참 재미난 일이다. 생활하며 그곳에서 워홀러로서 살아온 시간과 여행으로 방문하여 여행자로서 지내는 시간의 흐름이 묘하게 다른거다. 슈퍼에서 조금 더 절약할 것을 생각하며 망설였던 물건들을 보는 순간, 언젠가는 체험할 수 있겠지 하고 뒤로 미루었던 여행지를 찾은 순간, 내가 이곳에 여행하기 위해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리고 즐거웠다. 여행을 하는 것보단 그곳에서 사는 걸 늘 동경해왔던 나. 그래서 외국생활을 하..
떴다 떴다 단풍잎 날아라 날아라~ :: 에어캐나다 AirCanada 긴 비행시간의 지루함을 아는가캐나다 여행이 정해지고 내가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한국에서 캐나다까지의 비행시간일 정도로 장거리 여행을 해 본이라면 충분히 알겠지만, 비행기 안에서 10시간 넘는 시간을 보낸다는 건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미 캐나다 여행 2주 전 호주에서 연착을 포함한 14시간의 비행을 겪었기에 이번 여행은 이 장시간 비행을 어떻게 즐겁게 보낼지를 생각해야만 했다. 예상했다시피 한국에서 캐나다까지의 비행시간은 호주와 맞먹는 12시간 정도로 지금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비행기 안에서 지루함을 떨치기 위해 노력한 그 모든 것에 관한 것이다. 이번 여행을 함께한 비행기는 에어캐나다로 인천-벤쿠버, 벤쿠버-캘거리, 에드먼튼-토론토, 토론토-벤쿠버, 벤쿠버-인천 총 5번을 탔다. 6월 3..
영흥도에서 즐긴 어느 봄날의 캠핑 어디서 뭐 타는 냄새 안 나요? 내 마음이 불타고.. 아니 장작이 타고 있잖아요. 타닥타닥.. 불 타는 장작을 보면서 그런 재미없는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나무가 타들어 가며 만드는 타닥타닥 소리와 한창 기타 연습중인 선배의 또롱또롱 소리와 섞여 타롱또닥 봄밤의 정취를 음악으로 만들어냈다. 내가 준비한 거라고 대파밖에 없었던 봄날의 캠핑은 캠핑 달인 커플의 철저한 준비 아래 너무나도 근사하게 이루어졌다. 영흥도 장경리 해수욕장이 우리의 캠핑 장소였다. 카카오톡에 여러 명의 사람을 불러모아 캠핑 계획을 하나하나 읊던 선배의 글을 읽으면서도 사실 난 내가 어디로 캠핑을 가는 건지 잘 몰랐다. 몽흥포요? 아..몽산포랑 영흥도구나. 몽산포로 갈지 영흥도로 갈지. 이렇게 적긴 해도 두 지역 다 내겐 생소한..
쇼핑몰에서 놀이기구를 탈 줄이야 웨스트 에드먼튼 몰. West Edmonton Mall, WEM. 사실 쇼핑몰은 정말 흥미가 가지 않는 곳 중 하나다.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쇼핑몰처럼 재미난 곳은 없겠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많은 사람으로 진이 빠지는 곳' 중의 하나로 여행 중에는 특히 피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 찾아간 이곳에서 나는 정말 제대로 진이 빠지게 되었으니.. 사람이 원인도 아니오, 쇼핑할 거리가 많아서도 아니오, 바로 놀이기구 때문이었다. 놀.이.기.구. 이해가 되지 않는 조합인 쇼핑몰과 놀이공원의 만남이 오늘의 이야기다. 에드먼튼 몰은 참 크다.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작은 소도시나 동물원 크기로 비교되는 이 쇼핑몰은 북미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쇼핑몰로 2004년까지만 해도 전 세..
기념품이라고 다 같은 기념품이 아니야 기념품이라고 다 같은 기념품이 아니다. 네가 그냥 커피라면 이 아이는 티업휘야. 라고 말하던 그 남자의 말처럼, 그저 그렇고 그런 기념품이 있는가 하면 좀 특별한 기념품도 있는 거다. 여행의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 여행의 기분을 다시금 느끼고 싶어서 어쩌다 보니 사게 되기도 하고 꼭 사야만 해서 사기도 하는 그 이름, 기념품. 그래서 준비했다. 늘 알던 그 평범한 기념품에서 특별한 기념품까지. 밴프에서 만난 다양한 기념품들을 모아모아 레벨 아닌 레벨을 나누어 분석해 보았다. 이 다양한 기념품 중에서 밴프 최고의 기념품은 무엇일까? 일단 밴프에서 기념품 가게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게 큰 마을도 아니거니와 큰길의 양쪽으로 난 가게의 많은 수가 기념품 가게이기 때문. 산책하는 기분으로 타박타박 걸으며..
뽀드득, 눈 신을 신고 걸음을 내딛다 그 어린 날 나는 베이킹소다로 눈 밟는 소리를 만들었다. 지금이야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버린 터라 그런 추억이 있었다는 건 검색을 해도 잘 나오질 않지만, 옛날, 그러니까 소리를 '손'으로 만들어내던 그 시절에 눈 밟는 그 소리는 분명 베이킹소다의 힘이었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그런데 이 먼 캐나다까지 와서 그 어린 시절 기억이 난다니 참 재미난 일이다. 엄마가 숨겨놓은 베이킹소다 봉투를 부엌 찬장에서 기어이 끄집어내서는 손으로 꾹꾹 눌러내며 만들었던 '뽀드득'하고 나던 소리의 기억 말이다. 하얀가루 풀풀 날리며 좋아하다 결국엔 엄마의 질펀한 잔소리로 끝났던 그 추억을 떠올리게 한 스노우슈잉. 참 신기한 일이지. 이 뽀드득 소리가 그렇게도 즐겁다니 말이다. - 스노우 슈잉..? 눈 신발? 눈 신발이라..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호텔의 말할 수 있는 비밀 역사가 쌓이면 비밀은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쌓인 역사는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는 비밀을 만들어내고 그 비밀은 그것을 찾아내는 이에게 또 다른 재미를 주는 다니던 학교에도, 살던 마을에도 있던 꽤 그럴싸한 전설 같은 비밀 말이다.그렇다면 125년간의 이야기가 쌓이면 어떤 비밀이 곳곳에 숨어있을까? 손을 뻗어 쓰다듬어 보는 돌담,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멋들어진 샹들리에, 넋을 잃게 하는 창문 너머의 풍경, 대리석 계단까지.. 오늘은 발걸음 닿는 곳 하나하나에 그런 비밀이 있는 곳에 관한 이야기다.이곳은 박물관도 미술관도 아니다. 보는 순간부터 시선을 빼앗는 그 존재 자체로 하나의 미술품이 되기도, 하나의 역사물이 되기도 하는 곳.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호텔. 이곳 구석구석에서 발견한 말할 수 '있..
일요일엔 시장에 가자 :: 호주 시장시리즈 3편 Caboolture Sunday Market 호주에 와서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단어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선데이마켓(Sunday Market)'이다. 어려서부터 엄마 따라 가는 시장의 재미에 빠져서인지 '일요일'과 '시장'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이 단어가 나에게는 어찌나 설레게 다가오는지. 물론 남들은 못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호주, 퀸즐랜드주, 카불쳐. 정말 '딸기농장' 외에는 볼 것 없는 한적한 마을, 오로지 딸기 팩킹에만 전념했던 그때.. 브리즈번에서 출퇴근하던 내게 그나마 흥미로웠던 것이 바로 카불쳐 선데이마켓이다. 딸기 시즌이 끝나고 곧 멜버른으로 이동을 앞둔 어느 일요일, 나는 마음을 먹고 그곳으로 향했다. 보통의 선데이마켓은 아침 일찍 시작해 점심때쯤에 끝난다. 그렇기에 부지런히 일어나 움직이지 않으면 제대로 볼 수가 없다. ..
브리즈번의 가장 높은 곳에서 :: 브리즈번 마운틴 쿠사 Mt Coot-tha 포스팅을 하다 보면 생각만큼 글이 잘 써내려가 지지가 않을 때가 있다. 보통 사진이 너무 많아서 할 이야기가 많거나, 사진이 너무 못 나와서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로 이번 경우는 후자. 그래도 그곳에서의 추억을 다시금 꺼내어 반들반들하게 잘 펴서 이야기해본다. 아! 미리 말해두지만, 브리즈번 시티 전경은 엽서만큼 멋지다. 내 사진이 별로일뿐;; 멜버른으로의 지역이동을 결정하고 브리즈번에 있을 때 많은 것들을 해보려고 부지런히 움직였었다. 그 중 하나가 '브리즈번을 한눈에 보려면 어디로 가면 좋을까?'로 많은 이가 입 모아 이야기하는 곳이 바로 마운틴쿠사Mt Coot-tha다. 쿳!사! "471번 버스를 타고 40번 정류장에 내리면 됩니다." 라고 여러 블로그를 통해 가는 법은 알았지만, 직접 차를 몰고 ..